[뉴스핌=이강혁 기자] "몇년 전까지 샤오미라는 회사를 아는 직원들이 얼마나 됐을까요. 화웨이 정도나 좀 들어봤을까. 중국업체들을 한참 아래로 본거죠. 이제는 기술격차도 거의 느낄 수 없을만큼 강력한 경쟁자가 됐습니다. 적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겠죠."
전자업계의 한 임원은 10일,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실적악화 핵심원인을 중국 로컬(현지)업체와의 경쟁심화로 언급하며 "추격자 중국이라는 말이 수년 내 선도자 중국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위기감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스마트폰 등 IT모바일 분야 주요제품이 부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중국시장은 부진의 발원지다. 중국의 경우 비수기인데다 하반기 4G LTE 확산을 앞두고 3G 수요가 약화된 가운데 로컬업체의 공격적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유통 채널 내 재고가 증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자료의 일부다.
글로벌 IT모바일 시장을 호령하는 삼성전자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로컬업체 공세로 몸살을 앓았다는 얘기인 셈이다. 경쟁자이면서 거래선이기도 한 중국업체들이 이제는 무서운 속도로 전자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의 역성장은 현실화된 것이다.
화웨이를 비롯해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사로 꼽히는 ZTE 등 중국 주요 로컬업체의 중국 내 점유율은 50%를 훌쩍 넘어선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갖가지 영역에서 약진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톡에 지분을 참여하면서 국내에도 잘알려진 텐센트 등 인터넷업체들이 질주하면서 상승효과가 만만치 않고 차이나 모바일과 같은 중국 통신사업자들도 로컬업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공세는 향후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업체들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세계 최강이다. 삼성전자가 로컬화 전략으로 베트남 등에 주요 생산거점을 옮겨가는 것도 비슷한 차원이다. 중국업체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우 주로 2000위안(한화 30만원 이하) 이하의 중저가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에 기술력까지 뒷받침되면서 성장세는 하루가 다르게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실제 '짝퉁 애플'로 불리던 샤오미는 최근 중국에서 출시한 태블릿 미패드(MiPad)가 판매시작 4분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이패드 미니와 동일한 7.9인치 화면 크기와 해상도(2048x1536픽셀)를 탑재하고도 가격은 절반에 불과해 중국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이같은 공세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1년 말 25%에서 현재 18%까지 하락한 상태다. 올해 전체적인 전망도 15%대 성장률로 점쳐지면서 '역성장이 추세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한 사업부서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현재까지는 기술력이 뒤쳐지는데다 마진이 적은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성장속도가 생각한 것보다 빨라 언제 프리미엄 시장의 맹주로 부상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가격경쟁력에 물량공세까지 더해 글로벌 시장재편은 곧 가시화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부연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미 중국업체들이 세계 석권을 눈앞에 둔 품목이 나오고 있다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 관계자는 "국내업체와 중국업체의 기술격차가 일부 가전품목의 경우 1년 안쪽으로 좁혀진 상태"라며 "일부 제품의 경우 기술력에 가격까지 합쳐지면서 글로벌 마켓에서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고 전했다.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중국업체의 주도권 공세가 만만찮은 셈이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는 "세계에서 최고의 제조원가 역량을 갖춘 중국업체들이 최근들어 기술력까지 높아지면서 신제품 개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이나 LG가 현재의 다각화, 다양화 노력과 더불어 웨어러블 등 차세대 제품의 시장선점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