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확장적 거시정책과 가계소득 증대를 양 축으로 하는 '최경환노믹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제2기 경제팀 수장으로 지명될 때부터 관가와 시장에서는 그의 성장론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16일 취임식과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밝힌 정책 방향은 그동안의 기대와 다르지 않았다.
이날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용하고, 부동산시장의 낡은 규제들을 조속히 혁파하겠다는 것. 또 기업의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가계소득이 다시 기업의 투자기회로 이어져 다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 문제도 시급히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우선 다음주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큰 폭의 재정보강 대책이 들어갈 전망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4.1%(신 기준)에서 3.5∼3.7% 정도로 상당폭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추경 논의를 시작하고 국회를 통과하면 집행은 연말쯤에나 가능하므로 추경 편성을 않기로 했다.
재정보강은 현재 20조원이 넘게 적립돼 있는 기금 등을 적극 활용하고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중이다. 일각에서는 규모가 총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겨울에 여름옷 입는 격'이라고 지적했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부동산 규제는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그는 "LTV와 DTI도 업권별, 지역별로 차별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완화하는 쪽으로 합리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지만 LTV는 일률적으로 70%로 인상하고 DTI도 60% 올리는 방안이 유력해보인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취임후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추경편성을 안하겠다고 밝혔다. |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LTV는 6억원 넘는 아파트의 경우 50%, 6억원 이하인 경우 60%가 적용된다. 이는 대출 기간이 10년을 넘을 경우다. 대출 기간이 10년 이하면 담보가치와 무관하게 50%가 적용된다. DTI도 현재 서울 50%, 경기 인천 60%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소득을 가계소득 증가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내유보금 과세를 언급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는 가계가 저축하고 기업이 그 돈을 적절히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그것을 가계에 돌려줘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며 사내유보금 과세나 인센티브를 적절하게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갖고 한참 디자인을 하고 있다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취임식에서 한국경제가 직면한 3가지 함정을 언급했다. '저성장의 함정',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이 모두 위축되는 '축소 균형의 함정', 그간 수많은 대책들이 발표됐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는 부족한 '성과 부족의 함정' 등이다.
3가지 함정에서 벗어나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서는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용하고 부동산시장의 낡은 규제들을 조속히 혁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축소 균형의 함정'을 인정한 것은 그동안의 정부 태도와 달라진 점이다.
최 부총리는 "내수부진이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로 이어지면서 우리경제가 심각한 축소균형을 향해 가고 있다"며 "이런 현상들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기간 동안 보여왔던 그런 패턴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저상장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저물가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디플레 우려나 불황형 흑자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에 대해 "우리 경제는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최 부총리는 마지막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더욱 힘차게 추진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해소 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부동산 규제완화 등 부채를 늘리는 식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소득재분배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창조경제를 통해 괜찮은 소득을 보장해주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면 가계소득도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