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윤지혜 기자] 금융전문가들은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린다면 다자 통화 경쟁 체제로 갈 것이라고 17일 전망했다. 특히, 달러화를 위협하는 '제2의 기축통화'로는 위안화가 가장 유력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최근 위안화 수요가 급증하며 전 세계 무역·금융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은 지난 2012년 1월 약 1.9%에서 21개월 만인 2013년 10월 약 8.7%로 급증해 세계 2위로 도약했다. 국내에서도 위안화의 무역결제 및 직접투자 비중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
다만 이 같은 전망이 앞으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일각에서는 달러 의존도가 낮아져 통화 다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동시에 국내 경제금융산업의 부흥을 이끌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다자 통화 경쟁 체제에 돌입하면 특히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정치·지정학적 관계가 얽혀있는 두 나라 때문에 불거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 무역결제 직거래 수단이자 달러화 대체 가능성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6.1%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대중 수출 규모가 600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안화 지위의 부상은 수출기업을 비롯해 국내 금융산업 부흥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체는 중국에 수출하고 위안화를 받으면 달러로 바꿨다가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꿔야 한다.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활성화가 되면 직접 거래를 할 수 있으니 환전비용 및 수수료가 절감될 뿐 아니라 통화의 변동성에서 오는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아울러 양국 간 인적교류 및 관광객 급증으로 위안화 결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 예금과 채권 등 금융상품이 활성화하면 국내 금융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달러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환경에 대체 수단이 있다는 것은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이 위안화를 보유하고 있다가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을 것"이라며 "달러 외 위안화 같은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달러 위기가 왔을 때 위안화로 극복할 수 있는 등 리스크 관리 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달걀을 한 개의 바구니에 넣는 것보다 여러 바구니에 분산시켜 담는 게 안전하다"며 "과거 미국의 금융위기에 한국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달러 한 가지 통화로만 거래했기 때문에 관련 국제금융시장뿐 아니라 국내 경제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글로벌 무역·통화전쟁 심화할 것…對中교역 확대 대비해야
하지만 중국 위안화가 '제2의 기축통화'로 급부상한다는 것은 단순히 다자 통화 체제로 바뀌는 것을 넘어서 해당 국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위안화 국제화 시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 입지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는 지난 7일 '위안화 국제화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무역 및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미 달러 위상이 축소돼 미·중 간 통상마찰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양국 간 통상마찰 장기화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통화 및 무역전쟁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석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총괄팀장은 "기축통화가 되면 전방위적으로도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때 우리나라의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미국 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와의 이해관계에도 맞물려 있는 것이므로 오히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리스크에 노출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중교역 확대에 따른 위안화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지난 11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을 비롯해 관련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위안화 금융서비스 활성화 TF'가 구성됐다.
기재부는 "TF는 대중 교역기업과 금융회사 등 관련 업계의 의견을 우선으로 고려해 작업하는 상향식 논의(bottom-up)를 추진하되, 세부 분야에 대해선 팀별 소규모 회의를 수시로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에서는 "대중 무역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제1 무역 상대국인 만큼 금융산업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환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