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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텐더홀] 단원고 학생들 앞에서도 약속 못지켰다

기사등록 : 2014-07-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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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담판 결국 결렬…지도부 결단 남아

[뉴스핌=함지현 기자] "친구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잖아요."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지난 15일 수업을 마친 뒤 1박 2일 동안 걸어 국회 앞까지 찾아왔다. 학생들은 국회에 보내는 편지를 남겼다. 내용은 다양했지만 결국 내 친구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진실을 확실하게 밝혀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이 간단하지만 엄중한 호소를 위해 18살 학생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한 셈이다.

1박 2일의 도보행진에 나선 단원고 2학년 세월호 침몰사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오후 노란우산을 쓴 채 국회 앞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하지만 결국 법을 만들어야 할 정치권의 어른들은 당초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약속했던 16일 이 학생들이 국회 앞을 다녀간 이후에도 합의에 실패했다. 수사권이니 조사권이니 하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말들로 줄다리기만 하다 하루를 다 보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만나 담판을 짓는데 실패한 뒤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TF(태스크포스)' 간사들은 밤부터 모여 재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 기존의 입장차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유가족들은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목적은 확실한 진상조사 단 하나뿐이다.

새정치연합도 이와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 위원회가 수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수사권을 가진 검사나 특별사법경찰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수사권이 없으면 제대로 된 자료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자칫 의혹 제기만 하다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기소권은 기존 법체계가 있는 만큼 다른 방안을 고심 중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조사권과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를 함께 가동할 것을 내세우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의 뒷면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책임을 묻는 수사에 청와대를 포함하려는 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여당의 셈법이 얽혀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한 바 있다.

물론 법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은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고 세밀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바뀌는 계기가 돼야 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법안 처리를 놓고도 정치적인 이유로 약속한 시한을 넘겨버린 것에는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7일에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수사권 부여 등 핵심 쟁점 이외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 지도부 간 결단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극적으로 타결 될 경우 이날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수도 있지만 시간에 떠밀려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놓지 못하게 된다면 세월호 유가족들의 지탄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여야 간 이견이 커 통과가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경우 정치인들이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유가족들에게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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