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문제가 있다면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연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을 개정해야한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가 협의해 만든 안이라 쉽게 고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각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소를 운영해 거래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만약 할당량보다 더 배출하면 배출권을 사든지 과징금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2년 5월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취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최 부총리는 17일 새벽 성남시 인력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재검토할 뜻을 밝혔다. |
재계는 제도 시행으로 기업이 향후 3년간 최대 27조5000억원의 비용을 추가 부담(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2020년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전격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내년 1월 시행하는 것은 유럽이 2005년부터 시범사업에 나선 것에 비해서는 늦지만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비해서는 빠른 편이다.
우리가 이렇게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0%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특히 인천 송도에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다시 한번 공언해 그동안 정부도 내년 시행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준비기간이 길수록 탄소시대의 환경변화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배출권 거래제도 도입은 가급적 빨리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내년 1월 시행은 법으로 정해진 거라 재검토는 어렵고 미세조정은 가능하다는 식으로 강조한 바 있다.
만일 내년 1월 시행에 문제가 있어 연기를 하려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당연히 야당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다만 배출전망치를 줄이는 등의 미세조정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다소 줄여주는 방안은 법 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늦춘다고 해서 국제사회의 제재 같은 건 없지만 3개 부처가 협의해서 만들고 국회를 통과한 지금 시점에 연기한다는 건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