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김 모씨는 보증금 1억원1000만원 짜리 전세 빌라를 발견하고 집주인에게 연락했지만 계약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전세 대출을 받는 세입자와는 계약하기가 꺼려진다며 집주인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갖고 있는 돈은 3000만원 남짓. 부모님에게 약 1500만원을 지원받아도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1억원 짜리 전셋집에 들어가려면 약 5000만원을 전세 대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전세 대출 동의를 거부하고 있어서 전셋집 구하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자금을 대출 받아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집주인 동의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시장에서 집주인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어서다.
세입자는 집주인 동의와 상관없이 시중 은행에서 전세 보증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 받기 전 집주인에게 구두로 통보해도 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1년 전세자금 대출 간소화를 시중은행에 주문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계약서와 신분증,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으로 세입자 신용을 확인하고 보증금을 대출해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세 계약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집주인 서명을 확인하는 정도"라며 "집주인 동의가 없으면 보증금 대출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있는 주택가 모습 |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다가구 주택을 임대하는 최 모씨는 "계약이 끝나서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줬는데 나중에 보니 세입자가 한달치 전세 대출 이자를 내지 않아서 은행에서 내용증명이 온 적이 있다"며 "그 후론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세입자와는 계약을 안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주택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상황과 맞물려 지속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월세 거래는 전년동월대비 19.2% 늘어난 반면 전세 거래는 0.6% 줄었다. 지난달 전체 주택에서 월세 거래 비중은 40.9%로 지난 2011년 6월(33.5%) 보다 7.4%포인트 늘었다.
세종대 변창흠 교수는 "전세장은 집주인 우위 시장으로 각종 횡포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