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14년 2월 이후 한동안 위안화가 약세(환율 상승)를 보인 가운데서도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과 씀씀이는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났다. 경제 성장이 위축되고 달러에 대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데도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쇼핑과 유학, 해외 이민은 계속 활기를 띠고 있다.
위안화 파워를 과시하듯 부자 중국인 관광객들의 통 큰 쇼핑은 여전히 세계 관광 시장의 큰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런던 파리의 고급백화점가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이미 오래전 부터 초특급 VVIP고객으로 각별한 우대를 받고 있다.
◇'위안화 기득권'을 향유하는 인민들
중국 WTO가입 직후인 2004년만해도 중국인 해외 관광객수는 3천만명에 그쳤다. 10년만인 2013년 이 숫자는 9819만명으로 불어났다. 2014년에는 중국인 해외관광객수가 1억1400만명, 해외 관광소비는 1400억달러로 전년대비 각각 16%, 18%증가할 전망이다.
2014년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방한시 양국 합의로 원-위안화 직거래가 개시됨에 따라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인과 중국 투자 기업수는 보다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과 중국 기업들은 한국 관광 및 투자 때 종전에는 위안화를 달러로 바꾼 뒤 서울에서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꿔야했으나 앞으로는 위안화를 가지고 와서 직접 원화로 바꿔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편리성은 물론이려거니와 돈을 바꾸는데서 발생하는 환전비용만 해도 약 2~3% 절약할수 있게 됐다.
글로벌 경제 영향력과 함께 중국 위안화의 위상도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주경기장 (냐오차오)모습. |
경제 부상에 따른 위안화 파워가 글로벌 경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중국인들도 그 덕을 톡톡히 보게 된것이다. 어떤 이들은 미국인들이 달러 기득권을 누려왔듯 중국인들도 멀지않은 미래에 ‘위안화 기득권’을 향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
중국은 이런 위안화 파워를 등에 업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G1)’ 꿈을 향해 무섭게 전진하고 있다. 정부 정책도 규모나 양적 성장보다 성장 방식과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위안화가 지구촌 중심통화로 자리잡아가면서 국가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13억 중국인들도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성장의 파이를 나눠가질 수 있게 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전 총리는 2000년대 중반 “크기만 부각시켜 중국을 공룡에 비유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13억을 곱하면 어마어마하게 커지지만 13억으로 나누면 한없이 작아지는 것, 이것이 바로 중국이다.” 재임시절 미국 방문에 나선 원자바오 전 총리가 미국의 한 대학강연에서 제시한 이른바 ‘13억 승제론’이다.
원 총리의 이 말은 ‘중국 굴기’에 대한 서방 일각의 우려, 즉 중국 위협론과 공한증(恐漢症) 정서에 대한 해명성 발언으로 여겨졌다. 당시만 해도 중국 총 GDP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다음으로 6위권 밖에 머물고 있었으니 중국을 인구만 많은 대국이라고 봐도 과히 틀리지 않았다. 게다가 총 GDP를 13억으로 나누고 난 뒤 1인당 GDP는 2,000달러에도 못믿쳤다.
하지만 중국은 짧은 시간에 무섭게 변했다. 명목 GDP기준으로 중국은 2005년~2007년 프랑스와 영국, 독일을 차례로 제쳤다. 2010년에는 일본마저 따돌리고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이 됐다. 미국과 나란히 명실상무한 ‘G2(Group 2) 경제대국’의 위상을 굳힌 것이다. 어떤 학자는 중국의 GDP가 2030년께엔 미국의 두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파워를 과시하는 국가 번영의 집합물
중국은 성장률이 둔화됐다해도 여전히 7.5%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중이며 2013년 1인당 GDP는 6569달러에 달했다. 2015년에는 1만달러를 넘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廣州) 등 10여 개가 넘는 대도시의 1인당 GDP는 지난 2011년께 이미 1만 달러가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화폐 구매력을 감안할때 이들 도시의 개인 소득은 웬만한 중진국 수준을 뛰어넘는다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위안화 국제화 행보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실상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위안화 무역결제는 지난 2009년부터 점차 늘기 시작했고 해외 사용과 저축도 그무렵부터 증가했다. 최근 국제간 위안화 무역결제금액은 약 60%의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2014년 상반기의 경우 3조2700억위안을 기록했다.
흥미롭게도 금융위기로 미국경제가 쇠퇴기를 맞은 시점에 중국은 반대로 글로벌 경제위상과 위안화 파워를 공고히 했다.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 당시 그리스, 이탈리아 등 EU국들이 재정난으로 경제파국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늘리며 고성장세(2011년 9%)를 유지했다.
위안화 파워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중국은 성장의 고삐를 다소 늦추면서 산업구조 재편과 경제성장 방식 전환을 통해 보다 장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닦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중국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바오바(保8 경제성장 8%목표)’ 정책을 펴왔다. 2012년 이후 바오바를 접고 목표 성장률을 7.5%로 낮춰 잡았다.
대신 개혁을 가속화하고, 전통산업과 수출의 성장 의존도를 낮추는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에 주력했다. 2014년들어 성장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그런 와중에도 중국은 정부 목표치인 7.5%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은 생전에 중국의 개혁개방(경제사회 발전)은 향후 100년간 동요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설파했다. 덩의 예언대로 중국은 세계상 유례없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 안정적인 성장세는 중국을 인구대국일 뿐만 아니라 경제총량과 1인당 GDP 까지 모두 큰 나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미 외환보유액이나 자동차 생산 판매, 철강 생산소비에서 세계 1위국에 올랐고 무역규모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국이 됐다.
어떤 통계든 13억을 곱하면 커지지만 나누면 초라해진다는 ‘13억 승제론’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규모가 워낙 거대해서 곱하면 물론이고 나눠도 그 수치는 결코 작아지지 않는다. 아무리 제하고 덜어내도 중국이 가진 역량은 여전히 크고 위압적이다. 중국의 현재 발전추세대로 라면 세계는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중국이라는 유일 슈퍼강대국(G1)’을 목도하게 될지 모른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