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독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를 뚫고 내려갈 움직임을 보이는 등 미국과 독일 국채에 강력한 ‘사자’가 몰리는 배경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매입 수요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의 국채 상승은 지극히 경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앞으로 미국과 유로존에 닥칠 매크로 경제 측면의 악재를 예고하는 신호라는 얘기다.
(사진:신화/뉴시스) |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7월 초 2.64%에서 최근 2.43%까지 밀렸다. 독일 10년물 수익률 역시 가은 기간 1.265%에서 1.051%까지 떨어졌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월 초 2.76%에서 최근 2.46%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와 관련, 리오리엔트 리서치는12일(현지시각)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가자, 이라크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 동시에 미국과 독일 국채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이들 국채를 매입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판단했다.
각각 상이한 경제적 논리가 미국과 독일 국채로 자금을 몰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가 국채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리오리엔트 리서치는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때 통상 국채 가격이 떨어지지만 미국의 경우 물가연계채권(TIPS) 시장이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국채 매수 열기가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면 독일 국채 상승의 경우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하락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유로존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치닫고 있고, 부채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주변국을 필두로 경기 전반이 하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독일 국채시장으로 자금몰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사뮤엘 톰스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것이 사실이지만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가 오른 것은 이 때문이 아니다”라며 “영국 국채 수익률과 오버나잇 인덱스 스왑(OIS) 금리의 스프레드가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국채 수익률 하락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하락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측이 깔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투자가들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안전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HSBC 의 스티븐 메이저 글로벌 채권 리서치 헤드는 “신용 건전성이 높고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채권의 공급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투자자들이 미국과 독일 국채를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대체 투자 자산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