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투자 활성화 법안은 대부분 야당의 환영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관광진흥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크루즈법, 마리나항만법 등은 서비스업 육성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법안 들이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측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19일 "서비스산업발전법이 공공서비스를 위축시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정부 안은) 공공의료 체계를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의료분야에 대해 별도의 법률로 다룬다는 전제라면 수정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에 의료영리화에 관한 내용을 제외하면 언제든 협의가 가능하지만 이것을 빼지 않는 이상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추진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정부와 여당은 이를 통해 고용 증대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 "일자리 창출의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내용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투자 활성화 대책 중 의료 부분을 겨냥해 "대한민국 의료참사의 시작"이라고 비판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은 영리병원 허용, 외국의료기관 외국의사 기준 철폐, 메디텔 기준완화, 건강기능식품판매, 보험사 외국환자 유치 허용 등 그동안 국민이 반대해 온 의료영리화 정책을 총망라한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도외시한 채 의료를 상업화해 기업과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료영리화의 결정판"이라고 힐난했다.
특위는 외국의료기관에 외국인 의사 고용비율을 없애는 것은 국내자본이 투자되고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는 '무늬만 외국의료기관'인 영리병원의 전면 허용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또 병원에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허용하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며, 의과대학 부속병원에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빅5 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도 영리 자회사를 소유해 사실상 영리병원 설립과 동일한 효과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의료영리화 저지 특위는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인 국제 의료특별법에 대해서도 "의료법 무력화와 미국식 의료체계의 출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의료 특별법은 해외환자 유치 의료광고를 허용하고 국내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새정치연합은 이 법이 국민 건강보험을 잠식시킬 우려가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관광진흥법도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넘어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관광진흥법은 학교의 보건·위생 및 학습 환경을 저해하는 유흥시설이나 사행행위장 등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을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법이 통과되면 1만7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경복궁 인근에 7성급 호텔을 건립하려던 대한항공을 위한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 방식을 변경하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역시 야당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이 법은 카지노 허가 방식을 현행 사전심사제에서 공모제로 바꾸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허가 남발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새정치연합도 이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러 우려할 점이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산자위 관계자는 "외국 자본의 '먹튀' 우려도 있고 수익이 좋지 않을 경우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로의 전환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도 줄 수 있다"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전용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크루즈법이나 마리나항만 구역에 주거시설을 허용하는 마리나항만법은 관련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넘어섰다.
정부는 크루즈법 통과시 2020년까지 총 5조원의 부가가치 창출과 3만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마리나항만법이 통과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새정치연합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법이라고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부분과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배적인 여론과 저울질 해 보면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하고 통과시킬 정도인가라는 점에서 회의적"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를 모집하는 방식인 크라우드(crowd) 펀딩을 도입하는 자본시장법은 아직 큰 쟁점이 없다. 다만, 소관 상임위원회가 국정감사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에 9월 이후가 돼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