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9월 1일 오후 5시22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홍승훈 이에라기자] "코멘트 안 하겠다. 실적이란 게 비용으로 털어내면 얼마든 조정이 가능하다.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이슈다. 더 이상 여의도 바닥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십수년 삼성전자를 커버해온 시니어 애널리스트의 반응은 이랬다. 말할 것은 있지만 못하겠다는 거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 그리고 지배구조와 엮인 증여 이슈가 맞물린 상황에서 실적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분석해봤자 투자자들에게 의미있는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최근 실적 반토막 위기에 처했다. 최근 증권가 일각에선 제기되기 시작한 3분기 영업이익 5조원대 추정이 현실화됐다. 추정이 들어맞는다면 전년동기(10.2조원) 대비 이익의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눕고 증여 이슈가 궤도에 오르자 때마침 가세도 급격히 기울며 주가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쯤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가 투자의견은 매몰차져야 정상이다. 매도물량이 더 나와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저평가 상황, 즉 낮아진 밸류에이션 잣대인 PER, PBR을 감안하더라도 삼성전자의 단기 실적 '반토막' 수준을 용인하는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가 7조1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때도 증권가는 실적쇼크로 평가했다. 8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2년만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6조원도 아닌 5조원, 그것도 5조원대 초반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장은 삼성전자 실적쇼크에 생각만큼 동요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에 대해 실적하향, 목표주가 하향을 잇따르지만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 혹은 중립으로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내사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3분기 5.8조원대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놓으며 목표주가를 180만원에서 155만원으로 14% 떨어뜨린 노무라증권 역시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스마트폰 사업이 확장세로 돌아서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현재의 위기를 일시적이라고 봤고 삼성전자가 이를 극복해낼 것이란 의견을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5조원대 실적을 공식 인정했다는 것. 국내 한 일간지는 1일 복수의 삼성 고위관계자의 "7월 실적이 최악인 줄 알았더니 8월은 더 안 좋았다. 3분기 영업익이 5조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를 인용, 영업이익 5조원대 초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매니저는 "삼성전자는 국내외적으로 워낙 관심도가 높은 기업이어서 시장 컨센서스와 차이가 많으면 회사측이 언질을 해준다"며 "하지만 최근 애널 리포트가 6조원대 초반을 예상한데 대해 오히려 톤다운을 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회사측이 주가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투자자문사 모 대표는 "성장성이 다소 떨어진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시장이 망가진 것은 아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부문, LG디스플레이의 LCD부문은 승승장구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휴대폰부문이 아무리 어려워졌어도 이 정도로 떨어질 상황은 아니다. 실제 3분기 5조원이라면 휴대폰이 만신창이가 됐다는 건데 현재 삼성 아이알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애널이나 매니저들은 없다"고 전해왔다.
최근 2년간 120만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는 삼성전자가 올해들어선 120만원~140만원대 박스권을 이어오다 6월초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15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실적쇼크로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는 두 달 반 만에 연중 최저점으로 떨어졌고 120만원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회사측에서도 별다른 대응이 없다. 오히려 예전보다 실적쇼크에 대한 정보를 증권가에 은근슬쩍 흘리며 주가하락을 용인하는 분위기라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일관된 전언이다.
결국 표현은 에둘러하지만 삼성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분석가들은 삼성의 지배구조, 증여 문제를 감안한 투자관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3.38%(498만5464주).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할증 20%를 감안한 증여액은 7조원이 넘는다. 증여세만 3.5조원이 넘는다. 증여세 산정은 증여 발생일 전후 2개월 주가 평균으로 구한다. 주가가 약세를 보일수록 증여세는 덜어진다. 주가가 100만원 밑으로 갈 경우 증여세는 2조원대로 줄어든다.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1조원대의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의 병세가 악화된 후 별다른 징후가 없는 상황과 최근 일사분란하게 이뤄지는 삼성가의 지배구조 정리 속도를 감안하면 증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증권가의 암묵적인 기대감이자 예상이다.
증시 한 관계자는 "만일 일년 만에 실적 반토막이 난 상황이 리얼이고, 향후 전망도 안좋다면 이 회장 이후 실질적인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리더십도 없고 이 회장 병상 이후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 아니냐. 삼성전자 실적이 휴대폰 위기로 악화되긴 했지만 이를 회사측이 더 안 좋게 누르고 있다는 시각이 어느정도 확산돼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실적을 외부에서 정확하게 들여다보거나 분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다만 분명한 팩트 한 가지는 악화된 실적에 대해 회사측조차 상당히 부정적으로 아이알(IR)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