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박민선 특파원]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 중에서도 유난히 많은 제자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줄리안 로버트슨은 이른바 '아기 호랑이(tiger Cubs)'들의 스승으로서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찰스 셤 웨이와 리 에인슬리, 그리고 존 그리핀 등 로버트슨의 제자 중 40여 명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오늘날 월가를 주름잡는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계의 양대 산맥을 이뤘던 로버트슨과 나란히 억만장자 투자자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스티브 만델과 체이스 콜먼도 그의 '아기 호랑이'에 속한다.
[사진: 줄리안 로버트슨(왼쪽부터), 스티브 만델, 체이스 콜먼] |
만델은 로버트슨의 타이거 매니지먼트에서 소비자 애널리스트 및 경영 디렉터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1997년 론파인 캐피탈을 설립해 오늘날 27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콜먼은 로버트슨으로부터 25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설립한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에서 맹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내로라할만한 월등한 수익률로 실력을 검증받으며 그 몸집을 더욱 불려가고 있는 스타들이다.
만델과 콜먼은 한 스승으로부터 투자의 노하우를 익힌 탓에 세 사람의 포트폴리오에서도 공통분모가 많이 보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각자의 다른 투자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들 세 억만장자의 다양한 접근 방식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 기술주 베팅 키우는 호랑이들, 차이점은?
사실 로버트슨에게 기술주는 90년대 후반 불어온 기술주 붐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겪어야 했던 쓰린 아픔으로 인해 상처로 남은 섹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는 기술주에 대한 열기를 서서히 달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슨은 지난 한 해 동안 꾸준히 기술주에 대한 비중을 늘려왔다. 그가 사들인 종목들을 살펴보면 태블루 소프트웨어(DATA)와 페이스북(FB),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 그리고 애플(AAPL) 등이다.
그는 특히 구글(GOOGL)에 대해 엄청난 애정을 보이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할 만한 기업 중 하나"로 구글을 꼽기도 했다. 구글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C 주식은 모두 현재 그의 포트폴리오 상위 10위 종목에 모두 포함돼 있으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1%를 상회한다. 로버트슨이 구글 보통주를 통해 얻은 수익률은 89.87%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콜먼과 만델 역시 기술주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2분기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6%, 29%에 달할 정도로 기술주에 대한 이들의 낙관적 전망은 확신에 가깝다.
다만 로버트슨이 대기업들을 위주로 투자하는 반면 이들은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투자처가 엇갈린다.
<자료=로버트슨과 만델, 콜먼이 투자하고 있는 IT주의 평균 시가총액 규모 비교> |
로버트슨이 보유하고 있는 IT주의 상위 10개 기업들의 평균 시가총액은 1782억달러로 태블루만이 100억달러대를 하회할 정도로 대량주를 주로 보유 중이다.
반면 만델이 사들이고 있는 10대 기술주의 평균 시가총액은 647억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MS)만이 1000억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콜먼은 이보다 더 적은 95억달러 규모의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채우고 있다. 콜먼은 로버트슨의 타이거 매니지먼트에서 기술주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당시부터 다양한 기술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강점을 보여왔던 만큼 글로벌 시장에 숨겨진 '진주' 찾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에 대한 만델과 콜먼의 관심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2분기 현재 만델의 론파인 캐피탈이 가장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는 바로 중국의 인터넷 검색 엔진인 바이두(BIDU)로 포트폴리오의 6.74%를 이 회사의 주식으로 채우고 있다. 또한 부동산 포털사이트인 서우팡왕(SFUN)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델과 콜먼은 이 회사의 주식을 각각 253만6000주, 86만4000주씩 보유 중이다.
이 밖에 콜먼은 오토홈(ATHM)과 치후360(QIHU)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그럽허브와 킹디지털, 아이 로봇, 님블 스토리지 등 새로운 기업들로도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세 명의 거물이 모두 기술주에 대한 러브콜을 이어가면서도 베팅에 있어서 이처럼 대형주와 성장 기대주로 엇갈린 투자 행보를 이어감에 따라 투자자들이 자신의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있어 참고 자료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