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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금감원장, 임영록·이건호 중징계로 KB 살렸다

기사등록 : 2014-09-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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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 제재심 결정 처음 뒤집어

[뉴스핌=노희준 기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전산기 갈등과 관련,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뒤집어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장이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뒤엎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 이건호 KB국민은행장
최 원장은 경징계 이후 'KB 내분' 심화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진 KB금융을 이대로 좌시할 수 없다는 금융권 안팎의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행장은 자진사퇴를, 임 회장은 금융위원회 의결 단계를 거치면서 법적 대응 등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KB는 내분사태 격화의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CEO 잔혹사'의 불명예도 얻게 됐다.

4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지난 22일 제재심에서 주전산기교체 갈등을 이유로 두 수장에게 각각 경징계를 내린 결정을 뒤집고 중징계를 확정했다. 이 행장의 중징계는 최 원장의 결재로, 임 회장의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을 한번 더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주의적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로 구분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문책경고라도 임기는 보장된다. 하지만 이제껏 관례를 봤을 때 최고경영자가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으면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다.

최 원장의 '중징계' 강수로 이 행장은 자진사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최근 "당국에서 최종적인 징계수위가 결론이 나면 조직에 부담되지 않도록 결정하면 된다"고 말해, 자신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이 행장이 결단하지 않더라도 이사회는 불신임으로 행장을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최 원장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금융위 단계의 소명절차 등에 집중하면서 여론 추이와 법적 대응 등을 모색할 전망이다. 임 회장은 지주회사법 등의 적용을 받아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금융위가 최 원장의 중징계를 의결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는 '경징계'를 주장한 제재심에서 금감원 검사라인의 경징계에 반대했었다.

금융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구성원은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금감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금융위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1명인데, 아무래도 금융위 쪽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국민은행의 내분사태는 일단 최 원장의 선택으로 분기점은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은행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주전산기교체 문제 해법 모색을, KB지주에서는 포스트 이건호 체제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임 회장의 거취가 불확실해 당분간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 등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최 원장은 어떤 결론이든 개인이나 금감원이 짊어져야 할 비판은 있다고 보고 막판까지 KB를 포함해 금융산업 전체 발전을 위한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전날 늦게 "원장은 조직이나 개인에게 흠은 이미 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리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판단이냐를 두고 그것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만이 현 KB내분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해법으로 봤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서로 다른 낙하산으로 내려운 두 수장에게 경징계로 KB금융그룹이 정상화가 되기를 바랐지만, 사태는 외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노동계의 중징계 촉구 등의 여론도 고려한 듯하다.

다만, 최 원장은 제재심의 존립 근거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제재심 독립기구화 및 폐지론 등에 대한 논란에 불을 당기게 됐다. 일각에서는 법과 원칙이 아닌 여론에 최 원장이 기댔다는 시선도 있다.

이제 관심은 금융위 선택에 쏠리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임 회장의 중징계가 결정돼 금융위로 올라오면 다시 법률 적법 여부를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에게는 금융위 의결이라는 한장의 카드가 더 있다"며 "금융위에서는 두 수장 모두 사퇴할 경우의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고, 소명절차 등을 거치면서 여론 추이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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