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입찰이 17일 오후 4시 마감된다. 인수전 참여가 유력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오너들의 의지와 성향이 결국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곳 부지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뚝심경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예상금액보다 높은 베팅을 독려할 가능성이 크다. 막판까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삼성그룹의 경우는 이건희 회장 부재상황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한전 등에 따르면 이번 입찰은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전은 지난달 29일 본사부지 감정가를 3조3346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전은 감정가 이상의 매각대금을 내부적으로 설정한 상태로,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유찰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삼성동 부지는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342㎡)으로 단일 자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입찰이다. 서울시의 삼성동 일대 개발 계획과 더불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랜드마크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어 국격 차원에서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미 인수 의사를 밝힌 현대차그룹은 당연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날 오전까지도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3년전 이미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이곳 부지 인수를 검토해 왔던 만큼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이외에는 국내 대기업 중 감정가 3조원 이상의 땅에 선뜻 투자할 만큼 자금력을 가진 곳을 찾기 어렵다. 또한 외국계 자본의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곳 부지가 대한민국 수도의 심장에 위치한 국격의 문제로 본다면 적격성 심사 통과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결국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2파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
이번 입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전자입찰시스템 온비드(onbid.co.kr)를 통해 진행되며 한전은 18일 오전 10시 온비드를 통해 응찰 현황이 공개되면 적격성을 판단해 최종 낙찰자를 선정한다. 낙찰자는 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 인수대금을 3차례에 걸쳐 분납할 수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주변에서는 결과적으로 두 그룹의 오너가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인수전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입찰가가 최소 4조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점쳐지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현대차그룹은 뚝심경영의 대명사인 정몽구 회장이 이곳 부지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 만큼 실무진의 입찰 예상가격보다 더 높은 베팅을 독려할 가능성이 있다. 인수 희망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삼성그룹의 경우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재용 부회장이 최종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한 실무진과 이 부회장이 어떤 결론을 낼릴지 입찰 마감까지 예측이 쉽지 않다. 경영현안에 대해 주변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을 감안하면 무리한 베팅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모두 입찰 마감까지 어떤 계열사가 주축이될 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그룹의 주변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력계열사를 중심으로 2~3의 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인수비용을 분담해 부담을 줄이면서 인수 시너지는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이라는 판단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