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직무정지 처분 취소소송으로 금융당국에 정면 반발하고 나서면서 KB금융 이사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사회는 자진사퇴 권고로 임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임 회장은 법적 다툼의 길로 접어들면서 이제 공은 다시 해임안 처리에 직면한 이사회로 넘어왔다.
이사회 내부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가운데 임 회장이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의 수용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KB 내분 사태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사회는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간담회를 연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표이사 해임안을 포함해 임 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에 나선다.
한 사외이사는 "우리가 생각한 것도 오늘까지 (자진사퇴를) 기대하고 결정한 것인데 임 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해임안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며 "이 사태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사회에서는 임 회장의 해임안 처리 불가피성에 동조하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은 해임안에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김영진 서울대 교수를 필두로 2~3명의 사외이사가 임 회장 해임안 처리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 간담회에서 대표이사 해임안이 논의되면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사안을 놓고 한쪽에서는 경징계, 한쪽에서는 중징계, 한쪽에서는 직무정지를 내렸다"며 "제재 과정에서 규제 당국이 정당하고 객관적인 처리를 했다고 보기 힘들어 관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이 이사회에서 다수 의견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날 간담회에서 임 회장 거취에 대한 합의점이 모이지 않으면 이사회에서 표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김영진 교수와 같은 입장이) 많지 않은 게 확실하다"며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으면 표결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상황이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해임안 처리는 이사회 과반수 찬성이면 가능하다. 현재 이사회는 임 회장이 직무정지가 돼 9명의 사외이사로 운영되고 있어 5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이사회가 해임안 처리에 대한 결론을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이르면 2주 안에 나올 수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결과가 아직 안 나온 데다 징계수위가 바뀌는 등 논란이 있는 면이 있어 받아들여질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이사회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 회장 거취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실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임 회장 손을 들어주면, 임 회장은 회장직에 복귀할 수 있다.
이 경우 임 회장은 KB지주의 인적, 물적, 법적 지원을 받으면서 본안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제재 번복' 논란과 '관치' 프레임으로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을 거부하면서 여론 돌리기에 나설 수 있어 이번 사태가 다른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임 회장이 법적 소송을 통해 KB 내분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태 조기 수습에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간담회와 관련, "(임 회장 거취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이사회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임 회장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금융당국 차원에서 법률대응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소송대리인도 선임할 예정이다.
이밖에 임 회장의 역공에 카드정보유출 추가 검사와 제재 추진,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등에 대한 정밀진단 등으로 사퇴 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