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홍콩에 부문 상장했다가 발을 뺀 알리바바가 3년 만에 증시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2014년 9월 19일(현지시간), '컴백' 장소는 홍콩이 아닌 미국 뉴욕거래소다.
9월 8일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각 도시와 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 진행한 투자설명회는 연일 투자희망자가 장사진을 이뤘고, 치솟는 인기에 알리바바는 15일(현지시간) 공모가를 기존의 60~66달러에서 66~68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2012년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져 기업거래(B2B) 부문을 상장폐지 했던 때와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치솟은 인기에 알리바바가 예정보다 공모청약 접수를 조기 마감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알리바바의 총 상장 주식 수는 3억 2010만 6100만 주가 될 예정이다. 알리바바의 공모가격이 68달러로 확정되면, 알리바바의 상장 총액은 218억 달러(약 23조 원)이 된다. 여기에 주간사들이 초과배정옵션(그린슈)'를 행사하면 알리바바의 IPO 조달액은 250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공모액 기준 세계 최대 기록인 2010년 중국 농업은행의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금액이다. IPO전 상장주식 수를 늘리거나 공모가를 추가 인상하면 농업은행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약 1676억 달러로 미국의 동종업계 라이벌인 아마존의 1530억 달러를 쉽게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 단기투자 보다 장기적으로 눈여겨 볼 '가치주'
상장을 하루 앞두고 시장의 이목은 상장 후 알리바바 주가의 변화예측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공모청약 '파티'에 끼지 못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뜨겁다.
현재의 열기로 미루어 볼 때 상장당일 알리바바의 개장가가 발행가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엔 이견이 거의 없다. 문제는 주가가 이후로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느냐 여부다.
18일 중국 증권시보(證券時報)는 개인투자자라면 알리바바를 '가치투자' 종목으로 보고 장기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명 증권전문가 둥훙쉐(童紅學)는 증권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알리바바의 주가가 상장당일 폭등하겠지만, 이후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길게 보면 알리바바에서 여러 번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리바바는 페이스북에 자주 비견된다. 상장 당시 페이스북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 현재 알리바바는 18배 수준이다. 알리바바의 수익창출 능력이 페이스북을 능가하기 때문에 일부에선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페이스북과 비슷한 2000억 달러에 접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추산하면 알리바바의 주가는 약 20% 저평됐다고 볼 수 있다. 증권시보는 알리바바 주가가 쉽게 80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장 당일 개장가는 당일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결정되는데, 알리바바 주식은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어, 상장당일 주가가 100달러 이상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대다수 펀드매니저가 알리바바의 투자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알리바바의 주가가 수익능력과 성장성 대비 상당히 낮다고 보고 열띤 투자경쟁에 합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는 '홍콩의 악몽'을 떠올리며 알리바바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2007년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 당시의 모습이 지금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시 알리바바의 투자설명회에서도 투자희망자가 넘쳤고, 발행가는 샹향조정을 거듭해 13.5홍콩달러에 달했다. 결국 11월 6일 상장 당일 알리바바는 구글의 융자액을 넘어서는 16억 9000만 달러 조달에 성공했다.
상장 당일 개장가는 30홍콩달러(약 4000 원), 마감가는 39.5홍콩달러까지 치솟아 주가가 발행가 대비 193%나 올랐다.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알리바바의 주가수익비율은 턱없이 낮다. 2007년 알리바바의 주가수익비율은 55배를 넘어섰다.
폭발적인 인기가 무색하게 알리바바의 주가는 상장 5개월도 안 돼 발행가 아래로 곤두박질쳤고, 이후 주당 4 홍콩 달러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결국 2012년 2월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와 전문가는 예전과 현재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홍콩 증시 상장 시절 알리바바의 주가 폭락은 2008년도부터 본격화된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의 영향이 컸다.
지금 세계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점에서 상당수 투자자는 알리바바를 가치투자 종목으로 보고, 상장 당일보다는 시장의 흥분이 가라앉은 후 투자기회를 엿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둥훙쉐 증권전문가는 "상장 당일 가격에는 거품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알리바바도 상장 당일 주가가 치솟다가 이후 조정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가 안정된 후 본격적인 투자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한 해외증시투자자는 "애초에는 알리바바가 상장한 후 바로 주식을 사들여 단타 차액을 노리려고 했지만, 시장을 지켜본 후 장기투자 기회를 찾기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장 초기 투기 열풍이 지나가면 주가가 한동안 하락세를 보일 것이다. 가격이 적정수준까지 내려가면 매수에 나서 장기투자를 해 볼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 14억 라이프 스타일, 알리바바 속으로...
'베이징의 워킹맘은 출퇴근 시간 스마트폰을 이용해 타오바오에서 유아용품을 주문하고, 쓰촨성 작은 마을의 장애인 무명화가는 타오바오로 판로를 개척해 생계를 유지한다. 칭하이(靑海)성 산간벽지의 청년들은 타오바오에서 산 축구공으로 여가를 보내고, 저장성의 차 농장주는 타오바오로 차 판매 사업체를 운영한다'
알리바바가 투자설명회를 위해 제작한 홍보 영상은 이 회사가 현대 중국인의 삶과 중국 사회에 얼마나 깊숙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홍보 영상에서 상하이의 한 여대생은 "알리바바는 생활이다. 타오바오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는 알리바바의 성장성과 기업 가치를 한 마디로 압축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각종 통계와 연구 자료에 따르면, 청장년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중국 전자상거래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쇼핑 이용자수는 2008년 7000만 명에서 2013년 3억 명으로 늘었다. 2017년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1조 6000만 위안(약 366조 5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폭풍 성장'중인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중심에 바로 알리바바가 있다. 매년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 독신자의 날)' 알리바바의 2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와 티몰(Tmall,天貓)의 판매량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09년 5000만 위안이던 매출은 2013년 350억 위안에 달했다.
거래규모 면에서도 알리바바는 중국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2013년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248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거래규모가 2위인 아마존보다 1320억 달러나 많은 금액이다.
중국 내 경쟁사인 바이두(百度)·텐센트(騰訊)와 비교해도 수익성이 월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텐센트,바이두 보다 매출액이 적었지만, 2012년에는 바이두를 추월했다.
중국 인터넷 업계 빅3,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가운데 2013년도 매출액이 가장 많은 곳은 텐센트로 604억 위안에 달한다. 알리바바가 그 뒤를 이어 412억 위안, 바이두의 매출은 319억 위안을 기록했다.
순이익을 비교하면 알리바바의 수익성이 훨씬 두드러진다. 2013년도 알리바바는 186억 위안의 순이익을 기록, BAT 중 최고 많은 이익을 거뒀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