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ㆍ김홍군 기자]세기의 대결로 불린 삼성과의 한전부지 인수전에서 승리한 현대차그룹은 18일 환호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맞대결 상대가 삼성이어서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안도했다.
한국전력은 이날 현대차그룹 컨소시엄(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을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7만9342㎡)최종 낙찰자로 선정ㆍ발표했다. 낙찰가격은 10조5500억원으로 감정가(3조3346억원)는 물론 시장의 낙찰 예상가(4~5조원)를 크게 웃돌았다.
한전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까지 마음을 졸이던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최종 낙찰자 선정이 확정되자 기쁨의 인사를 나누며 삼성동에서 펼쳐질 그룹의 미래를 주제로 덕담을 나눴다. 일부 임직원들의 휴대전화로는 축하문자가 쇄도했다.
마냥 들뜨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공식발표 직후 자료를 통해 “한전부지에 그룹의 제2 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으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며 “자동차산업 및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일부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를 의식해 애써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써 내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신사옥의 실수요자로서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를 종합해 내린 결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입찰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삼성은 씁쓸한 표정이 역력하다.
입찰에 단독으로 나섰던 삼성전자는 이날 낙찰자로 선정되면 입찰 과정부터 부지 개발계획 등을 종합해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모두 취소했다.
삼성은 그동안 한전 부지 인수를 염두해 두고 다방면의 개발계획을 검토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 주변에서는 삼성이 한전 부지 입찰 마감이 임박할 시점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꼭 인수해야 한다는 의지가 원래 없었던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낙찰자로 선정되지 않아 아무런 얘기를 할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재계에서는 양측의 인수의지가 승부를 갈랐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전 부지를 둘러싸고 현대차는 꼭 잡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인 반면, 삼성은 들러리를 서는 분위기였다”며 “현대차의 절실함이 삼성을 눌렀다”고 해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