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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통으로 바꿔라] 上 관치로 점철된 KB금융 '흑역사'…외풍에 '산산조각'

기사등록 : 2014-09-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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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갈등→중도 퇴임' 반복, "관치 떨쳐야 산다"

[뉴스핌=김연순 기자] "황영기, 강정원, 어윤대, 이건호, 임영록..."

지난 2008년 9월 KB금융지주 체제 출범 이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거쳐 간 인물들이다. 이들 최고경영자의 공통점은 금융당국, 이사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자진사퇴, 해임 등으로 불명예 퇴진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선임 과정과 중도 낙마의 배경을 보면 관치로 점철된 KB금융 '흑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8일 새벽 임영록 회장이 해임되면서 KB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외풍에 취약한 KB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KB의 흑역사는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낙하산→갈등→중도 퇴임' 반복 KB금융 흑역사

               임영록 전 회장(왼쪽)과 이건호 전 행장
KB금융지주는 2008년 지주체제로 전환한 뒤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불화가 이어졌다. 이번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고소·고발하는 등 회장-행장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최고경영진들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 이사회와의 갈등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지주사 설립 이후 초대 회장에 오른 황영기 전 회장은 1년만인 2009년 9월,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바로 중도 퇴임했다.

황 전 회장은 행정소송을 통해 당시 금융감독원 징계가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아냈고, 금융당국은 황 전 회장을 몰아내기 위해 찍어내기식 징계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강정원 전 행장 역시 2009년 행장직 3연임과 회장직에 동시 도전했다가 금융당국과 불협화음을 내고 중도 낙마했다. 어윤대 전 회장은 ING생명 인수를 놓고 '술자리 소동'으로 지칭되는 사외이사와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전산기 교체 갈등을 놓고 문책경고를 받은 이건호 전 행장이 자진해 사퇴했고, 임영록 전 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강제 해임을 당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연구원의 한 위원은 "황영기·어윤대·임영록 전 회장 등 KB의 최고경영진 선임 과정을 보면 정상적인 이사회를 통해 작동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결국은 (자진사퇴나 해임으로) 밀려 나가게 되는데 그 원인은 정치권과 관료 조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복수의 금융권과 금융당국에선 이번 KB 사태와 관련해 과거부터 잉태된 문제점이 결국 곯아 터진 '예고된 몰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인선 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과 '투서사건'은 타 은행과 비교할 수 없게 정도가 심하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경영진으로서 내실 경영보단 자기 사람 심기와 외부 입김에 쉽게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거 정치권에서 전 지주 회장과 행장을 꽂으면서 KB는 인사문제 등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점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경영진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하는데, 그게 깨지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 역시 "KB의 경우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경우 캠프가 꾸려지면 내·외부 마타도어(흑색선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전 행장을 포함해) 경쟁자 간 투서는 심각한 수준이고 경영권 획득을 위해 KB의 문제를 외부로 드러내는 것 또한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 폐쇄적인 이사회·관치가 KB 손발 묶어

그렇다면 타 지주사와 달리 KB가 외풍에 가장 두드러지게 노출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KB금융 이사회 구조와 정치권과 관료들의 관치를 지적한다.

KB금융 이사회는 1명의 사내이사(임 전 회장)와 9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현재 이사회의 90% 이상이 외부 인사들이다. 사외이사의 90%가 외부 출신인 만큼 이사회가 정치적 입김에 노출되거나 외부인사가 이사회 인맥을 동원해 수장으로 입성하기 쉬운 구조다.

임영록 전 회장도 취임 전 이사회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회장직에 올랐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사회를 통해 퇴임 압박을 받으며 결국 해임됐다.

국민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서에서 "사외이사들이 정부, 금융당국의 뜻을 따르는 거수기로 추락했다"면서 "회추위에 사외이사 뿐 아니라 임직원이 추천하는 위원이 참여해 논의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KB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알력 등 최근 금융지주회사의 문제는 상당 부분이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됐다"면서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다 보니 여러 부작용도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권과 관료들의 '내 사람 심기'를 통한 낙하산 인사가 KB 조직을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연구원의 한 위원은 "이사회 구성도 다 로비 대상이고, 전체적인 공통분모가 정치권과 관료들인데 (이사회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면서 "폐쇄적인 구조가 극복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정치권과 관료조직을 통해 선임된 인사가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결국 시끄러워지고 갈등이 증폭될 때 책임을 지는 것은 본인이 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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