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기준금리 하한(lower bound)에 대한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명목금리 하한은 과연 얼마일까. 이를 무시한 채 마냥 기준금리를 내리다가 어느 순간 자본유출(capital flight)이 대규모로 일어나면서 우리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위원들이 생각하는 기준금리 하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뉴스핌=김선엽 우수연 기자] 우리 정책금리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면서 금리 인하 폭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금리 하한에 근접할수록 인하 조정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 8월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이 20bp 인하를 주장한 데 이어 9월에 소수의견으로 인하를 주장한 금통위원도 25bp가 아닌 ‘소폭’의 인하를 주장했다.
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10월 또는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금리인 2.00%와 같아진다.
한은으로서는 정책 여력을 모두 소진한 것 아니냐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최저명목금리에 근접할수록 한은이 좀 더 '베이비 스텝'을 밟고 싶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작되고 회의장 문이 닫히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기축통화국이 아니더라도 25bp씩 조정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게나마 있다.
헝가리는 2012년 8월 7%에 달했던 기준금리를 매달 15~20bp씩 낮춰 현재 2.1%이다. 대만 역시 기준금리를 25bp가 아닌 12.5bp씩 조정해 현재 1.875%다.
이렇게 보면 한은 입장에서도 25bp가 아닌 20bp를 선택해 얻는 것이 있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 25bp가 아닌 20bp 인하를 단행할 경우, 금리 하한선에 다가서 추가적인 인하는 어렵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20bp 인하를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리조정 여력이 필요하고, 다소 완화적인 현재의 금융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금리차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고 시장의 기대가 정책의도와 다르게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9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조정 폭 문제를 제기한 한 금통위원은 "항상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서 어떤 결정을 하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시 기준금리의 최저 수준이 2%였다는 과거 경험을 중요 참고지표로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20bp 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해방 금통위원은 '20bp 인하'로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장의 장점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다는 것"이라며 "(시장은) 정보 수집이 가장 왕성한 곳이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25bp 대신 20bp의 선택을 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체계를 바꿀 때의 혼란을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한은 내부에서 인하 폭 조정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행동을 위해서는 확실한 논거가 필요한 '모범생' 한은이 혼란을 감수하고 실험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은 한 관계자는 "무턱대고 바꿀 수는 없다"며 "25bp가 아닌 20bp인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당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전직 금통위원은 "20bp씩 조정해도 되지만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ECB 같은 경우는 더는 내려갈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한 것인데 갑자기 하면 시장과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굉장히 혼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20bp를 내리면 금리 인하에 한계에 왔다고 시장이 생각할 수도 있고 '조금씩 계속 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쪽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실험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우수연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