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엔저(低) 현상에 대해 정부가 코페루니쿠스 같은 전환을 시도한다. 수세적인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엔화 약세 현상을 활용해 우리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 정책을 실행한 이후 원/엔 환율이 30% 이상 떨어진 것을 활용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 대책의 골자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설비투자를 늘리는 기업에겐 금융과 세제상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설비투자를 위해 기자재를 수입할 때 발생하는 관세를 30% 감면에서 50%로 확대한 것과 같은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의 외화대출 한도도 지난 10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 확대했다. 중소기업의 활용도가 낮은 환 변동보험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성장의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엔저현상을 역이용해 설비투자, 생산, 고용증가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원/엔 환율 추이(그래프=한국은행) |
◆ 최경환 “엔저 활용해 설비투자 하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일 부총리 핫라인 참여 기업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엔화 약세 현상을 설비투자 확대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며 엔화 값이 싸졌을 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최 부총리의 발언처럼 엔저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엔저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며 “엔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정책조정국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 여러가지 방안을 보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면서 조만간 결과물이 나올 것임을 암시했다.
9월 말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960.24원으로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2년 9월 말 1434.81원에 비해 33% 이상 하락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이 엔저현상이 장기화·가속화 되면서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최근 민간 경제전문가들과 만나 엔저 현상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가 기업들에게 설비투자를 독려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정부는 기업의 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엔저가 수출에는 당연히 안 좋겠지만 수입하는 업체에선 값이 싸지는 것”이라며 “수요가 있다면 엔저현상을 활용해서 설비투자도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기본적인 컨셉”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