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현대자동차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조와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아직 한숨을 돌리기에는 이르다.
올해 쟁점이 됐던 통상임금 문제가 출구를 찾아가는 모양새지만, 수출 여건에 부정적인 환율(엔저)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한때 100엔당 950원대를 돌파해 지난 2008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머지않아 원·엔 환율이 800원대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고 엔화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차도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일본 브랜드와 북미 지역에서 점유율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엔화 가치의 하락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저효과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은 올 7월까지 미국에서 총 360여만대를 판매해 미국 전체 시장 성장률을 뛰어 넘은 6.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신차 판매에 집중하는 한편 '제값 받기'를 통해 환율 악재를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 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현지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대형 신차판매를 늘려 환율 파고를 돌파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정 회장이 미국 시장에 출시한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 신차 판매 확대를 강조한 것은 엔저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차량인 중대형차 판매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경쟁 회사가 할인정책을 펼친다고 지금껏 우리가 어렵게 쌓아온 '제값 받기' 노력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며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와 올해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와 쏘나타, K7, K9 등 중형급 신차를 잇달아 선보였다.
신형 쏘나타의 경우 지난 6월에는 2만 5195대가 판매돼 월간 실적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으며 제네시스 역시 5월 신형 모델이 출시되면서 2000대 수준으로 판매가 급증했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타 메이커의 인센티브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제값 받기'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에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의 경우 3800cc 후륜구동 모델을 기준으로 구형보다 7.9%(2800달러) 인상한 3만 800달러로 책정(약 430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단순 비교하면 국내에서 5510만원인 3800cc 후륜구동 모델이 미국보다 1400만원 가량 비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달리 18.6%의 세금이 포함된 국내 판매가격 구조와 편의사양 구성 등을 비교시 실질적으로 미국 판매 가격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이런 제값 받기와 동시에 현대차는 대대적인 할인공세에 나선 일본 경쟁차에 대항해 저가 트림에 대해서는 일부 가격을 인하하는 등 투트랙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LF쏘나타 역시 2.4모델 기준, 미국 판매가격은 최고 트림 3만 1575달러(3243만원)에서 최저 트림 2만 1150달러(2172만원)로 책정된 바 있다. 최저 트림인 '2.4 SE' 가격은 기존 ‘YF쏘나타’에 비해 300불 인하한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관련, "최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에 대응하기 위해 제값 받기와 함께 저가 트림의 가격을 내리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려 최근의 원화 강세 등 어려운 시장환경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