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증시가 강한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에 한파가 거세다.
유로존 경제의 하강 기류와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부각,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움직임이다.
유로화[출처:블룸버그통신] |
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에너지 그룹인 스피가 IPO 계획을 철회했다. 스피는 당초 12억유로(15억달러) 규모로 IPO를 실시, 금융위기 이후 프랑스의 최대 규모 상장 기록을 세울 예정이었지만 발을 뺐다.
독일 부동산 업체 TLG 임모빌리엔과 온라인 정보 업체 스카우트24 역시 IPO를 연기하기로 했다.
또 스페인의 공항 업체 아에나가 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공모가 예상치에 못 미쳐 고전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고, 유로존의 경제가 후퇴한 데 따라 주식시장이 최근 뚜렷한 약세장을 연출하자 IPO 시장 역시 냉각되는 모습이다.
한 투자은행가는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핵심 종목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신규 상장 종목에 비중을 두기가 어려운 여건”이라고 전했다.
이피게스트의 로베르토 로티치 펀드매니저는 “현재 증시는 매도자 시장이 아니라 매수자 시장”이라며 “검증된 상장 기업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 굳이 신규 상장 종목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유럽 증시의 IPO 규모는 555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네 배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 하락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감했고, 이 때문에 IPO 후보 기업들이 물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독일 DAX 지수는 최근 3주일 사이 10% 가까이 급락했다. 뉴욕증시 역시 지난주 증시에 입성한 11개 IPO 종목 가운데 6개 종목이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수요 측면에서 헤지펀드 업체들이 엄격한 기업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것이 유럽 IPO 시장이 찬바람을 내는 주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