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이달 1일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대한 책임을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로 돌리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단통법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후 조치지만, 이통사와 제조사를 향한 압박에 그치면 안 된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최 장관은 17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이통사와 제조사 수장들과 만나 단통법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ㆍKT 남창규 부사장ㆍ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이상훈 사장ㆍLG전자 박종석 사장도 제조사 대표로 참석했다.
최 장관은 “현재 소비자들 사이에서 단통법은 이통사와 제조사만들 위한 법이라는 비난이 팽배해 있다”며 “통신사와 제조사가 적극 나서 이러한 오해를 풀고 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단통법이 취지와 달리 소비자가 아닌 기업만을 위한 법이 된다면 정부는 소비자들을 위해 특단의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석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국내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최 위원장은 “우리 국민들이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값비싼 우리 제조사에 등을 돌리고 외산폰을 사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기업의 이윤추구는 당연하지만 국민들의 지지가 없다면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단통법 후속 대책을 위한 자리였으나 미래부와 방통위가 이통사 및 제조사에 당부를 앞세워 책임을 전가시킨다는 지적이 더 크다. 단통법 시행 직후부터 소비자 불만과 유통망의 법 개선 요청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전국이동통신협회는 ▲법적 고객지원금 현실화(30만원) ▲단말기 출고가 현실화 ▲저가요금제 공시 지원금 상향 ▲고객 지원 위약금 철폐 ▲사전승낙 철회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유통인들은 미래부ㆍ방통위의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더 이상 막연히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단통법은 이용자 차별이 없고, 가계통신비 인하 등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 지급에 따른 영업정지로 시장이 얼어붙은데다 단통법 시행 후 보조금이 줄어든 만큼 단말기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라갔다.
때문에 단통법은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밑그림을 그렸음에도 불구, 소비자와 유통 시장 등 서민의 피해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단통법이 기업을 위한 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간담회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지난 13일과 14일 국감 후 서둘러 만든 ‘보여주기식’ 자리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번 국감에서 홍의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단통법 후 시장 혼란에 대해 “미래부 장관은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무능하신 것 같다”며 자존심을 긁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감 마치고 며칠 만에 미래부와 방통위가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없었다”며 “미래부와 방통위가 먼저 소비자와 시장을 위한 안을 제시해 기업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게 순서이자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단통법의 핵심인 이통사ㆍ제조사 보조금을 나눠 공시하는 분리공시 무산에 대해 반대해 온 만큼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