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한국전력이 부지 매각으로 거금을 마련하면서,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 지능형 전력망) 사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부지 매각으로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함에 따라 스마트그리드 사업 추진에 보다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이 부지 매각대금 중 일부는 스마트그리드사업에도 투자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며 "한전이 중점 육성해 오던 사업이라 더욱 그런 모양"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달 현대차그룹과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매매계약을 맺었다.
매각대금은 10조5500억원으로, 이미 수령한 계약금 1조55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금은 2015년 1월과 5월 그리고 9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30%씩 나눠 받게 된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 / 김학선 기자 |
10조원이 넘는 거금을 손에 넣은 한전이 그 돈을 어디다 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단은 한전이 이번 부지 매각대금으로 부채 상환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사업 투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란 기대도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 먹거리로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게다가 한전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스마트그리드 확산 사업을 벌일 계획이었다"고 언급했다.
실제 한전은 스마트그리드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그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민간에서도 스마트그리드가 활성화돼야 그만큼 전력사용을 줄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전은 궁극적으로 대용량 송·변전 설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Smart Grid Station)이다.
한전은 지난 2월 경기도 구리 남양주지사에 신개념 에너지 통합 관리 시스템인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을 준공했다.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은 건물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전력저장장치(ESS), 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AMI), 전기차 충전 장치 등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더해 한전은 올해 추가로 29개 사옥, 내년 90개 사옥에 모두 262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과도한 부채로 인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한전이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보급에 나선 것은 장기적인 경비 절감과 더불어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끌어내 민간시장에 확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또한 지난 5월에는 통신과 전력의 협업으로 창조경제 신시장 창출을 위해 KT와 ‘스마트그리드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스마트그리드가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차세대 전력망이기에, 국내 1위 통신 사업자인 KT와 전력자원의 개발, 공급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전이 핵심 역량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이어 한전은 지난달 열린 2014년도 제4차 한전 전력그룹사 사장단회의에서도 스마트그리드 확산 사업을 비롯한 정부정책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초기시장 인프라 구축에 전력그룹사가 마중물 역할을 다할 방침임을 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매각대금을 갖고 스마트그리드에 투자할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아직 단언할 순 없다"면서 "다만, 한전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그리드는 굉장히 포괄적"이라며 "스마트미터부터 배터리, 통신 그리고 토탈솔루션 등 관련 산업의 범위가 매우 넓다"고 덧붙였다.
한전 관계자는 "매각대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정부 협의 등을 거쳐 차차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