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럽이 지속적인 경기침체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유로화를 폐기하고 독일 등 유럽내 선진국들이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터 모리치(사진) 미국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20일(현지시각) 금융온라인사이트 더스트릿닷컴 기고를 통해 "유로화 시스템이 유럽내 국가 간 생산 능력의 차이를 시장 가격으로 반영하는 조절 기능을 빼앗아 비효율적 구조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럽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이 남유럽의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경기 침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모리치 교수의 기고 주요 내용이다.
◆ 북유럽, 수출 중심전략을 발빠른 성장
유로화는 지난 1999년 도입 이후 뚜렷한 문제가 부각돼왔다. 처음 도입시 유로화는 각국의 물가와 채권 보유량, 금융자산 등을 바탕으로 단일 통화로 전환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 간의 노동시장 정책 기조의 차이와 지리적 여건 등으로 인해 뚜렷한 생산성 강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였고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이 먼저 발빠른 성장을 나타냈다.
주된 배경은 북유럽 국가들이 수출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렸다. 결국 남유럽은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확대돼 무역적자 상태가 지속됐다.
이 가운데 스페인에서는 자산가격 급등이 나타나며 담보 대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를 뒷받침한 자금은 북유럽 국가들로부터 차입한 것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북유럽 국가들에게서 지원받았다.
◆ 남유럽 구제금융…재정긴축 강요받아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 직후 남유럽 국가의 정부와 민간 부문은 도저히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남유럽은 강력한 재정긴축정책을 받아들여야 했다.
정부 예산이 급격히 감소하자 실업률이 치솟았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드러나게 됐다.
유럽은 사실 대공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의 실업률은 12%를 넘어섰고 스페인과 그리스의 경우 무려 25% 수준에 육박하고 있었다.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는 사실상 고갈상태를 맞았고 독일의 산업생산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유럽 인플레이션은 제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달리 ECB의 경우 수조유로의 국채나 은행채를 매입하는 것은 지속적이지 못한 단기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 유로화, 생산성 차이 시장 조절기능 저해
기업대출이나 모기지 대출은 유로화로 표기돼 있어 남부유럽 국가들이 수출경쟁력을 얻으려면 가격이 25% 가량 떨어져야 한다. 만약 남부 국가들이 자국통화를 유지했더라면 환율 기능을 통해 이 같은 대책이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유럽은 유로화 시스템으로 인해 각국간 생산성 차이를 보전하는 가격 조정 기능이 사라지다보니 시장 효율이 저해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는 독일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마치 중환자에게서 피를 뽑아내는 중세시대 의사처럼 남유럽에 대해 잘못된 긴축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결국 영속적인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이탈리아와 남유럽 국가들은 구시대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포기하고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
동시에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은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입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유럽 국가들은 남부 유럽과의 무역 균형을 회복하고 정부 지출 등을 늘려서 자국의 내수 소비를 활성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