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사진)이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것은 'KB내분 사태'를 계기로 어느 때보다 '내부출신 중용론'에 대한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윤 전 부사장의 온화한 성품과 합리성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이루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금융 이사회는 22일 5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윤 전 부사장을 최종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윤 전 부사장은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6대3으로 승리했다.
1차 투표에서는 윤 전 부사장(5표)과 하 행장(4표)이 박빙의 승부를 펼쳐 승부를 보지 못했다. 회장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회추위원 2/3(6표)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1차 투표 때 하 행장을 지지했던 사외이사 한명이 2차 투표때 윤 전 부사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부사장의 선임 배경과 관련 "아무래도 KB에 오래 계셨고 여러 부분에서 경험도 쌓았다"며 "또한 양력에서 보면 알 수 있지만, 굉장히 입지적인 인물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사외이사들이 좋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윤 전 부사장은 외환은행에 입행해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다니면서 행정고시(25회)와 CPA에 합격한 수재다. 학내 시위 전력으로 행정고시 3차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로 일하던 중 고(故) 김정태 전 행장이 삼고초려를 통해 국민은행에 부행장으로 영입했다. 김 전 행장은 윤 전 부사장을 직접 "상고출신 천재"라고 칭할 정도였다.
재직 기간 회계처리 문제로 금융당국에서 징계를 받은 적이 있지만, 국민은행이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고 있는 데다 어윤대 전 회장의 요청으로 지주 부사장(CFO)으로 기용되면서 명예회복한 바 있다. 서로 다른 최고경영자의 선택을 받으며 은행 및 지주를 거쳤고 전략과 재무, 영업 등에 정통해 전문성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이다.
성품 역시 온화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내부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점도 조직 결속이 필요한 시점에서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윤대 전 회장 시절 은행장 선출을 위해 실시한 직원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뽑히기도 했다. 후보 중에서 KB에 7년 가량의 재직기간으로 가장 오래 근무해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도 그를 회장으로 밀어올린 요인으로 평가된다. KB의 '사실상의 첫 내부출신 회장'이라는 타이틀에 손색이 없는 이유다.
외부출신으로 윤 전 부사장과 막판까지 경쟁을 벌인 하 행장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나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개인적 친분 등이 외려 '지원설', '내정설'로 불거지며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 사외이사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독 하 행장에게만 누가 민다 어쩐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