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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100일] 진보 경제학자의 쓴 소리

기사등록 : 2014-10-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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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교수 "제대로된 가계소득증대 목표해야"

전성인 홍익대 교수(사진=뉴시스 제공)
[뉴스핌=김민정 기자] “최경환 부총리가 잘하지 못 했을 때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이제 이 사람도 못 하면 다음 정권 될 때까지는 게임 끝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지난 22일 뉴스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이 실패할 경우 국민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총리로서는 이례적으로 이름에 ‘노믹스’를 단 최 부총리에 대한 기대가 취임 3개월 만에 꺾이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전보다 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취임 전부터 ‘실세 부총리’를 모시게 될 기재부 공무원들 뿐 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로 애도 분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많은 경제주체들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후보자 임명 직후 가계소득 증대를 경제정책의 중심으로 가져오면서 기존 보수 집권당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듯 했다.

전성인 교수는 “최경환 부총리에 대해 언론이 별도의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통상적인 과거 정권의 경기부양 패키지와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을 했던 이면에는 소득주도성장 이론, 내수활성화, 배당소득의 중요성을 강조한 시각이 ‘대기업이 잘 돼야 한다‘, ‘대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수출만이 살 길이다’와 같은 과거의 경기부양 패키지랑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초이노믹스’도 과거 정권 경기부양책과 다를 바 없다”

최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부터 “향후 경제정책을 가처분 소득 증대에 방점을 두겠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지금까지 소위 보수정당에서 추진해온 정책적 변화를 제가 시사하고 있다”며 기존 정부의 경제정책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취임 3개월이 지난 현재 최 부총리에 대한 기대가 초기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지금 드러난 것은 이 사람의 문제의식도 똑같았다는 것”이라며 “무슨 소득주도 성장이었나, 결국은 대기업 총수 사면해서 투자활성화, 땅 투기하자는 것인데 그것으로는 문제가 해결 안 된다는 건 뻔하지 않나”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 후 20여일 만에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를 담았다.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로 구성된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는 기업이 임금이나 배당을 늘릴 경우 세액을 공제해 주고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미달액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전성인 교수는 이 같은 세제 역시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토지를 매입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되기 때문에 ‘도망갈 구멍’이 많은데다 배당을 늘린다고 해도 소액주주의 소득이 늘어나는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기업임금을 올려서 세제혜택을 주려면 다른 데에서 세제혜택은 최대한 깎아 다른 데로는 도망 못 가야 한다”면서 “지금은 땅을 사도 되는데 누가 그것으로 임금을 올리겠느냐”고 반문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관련해선 “대주주에게 배당해줘 봐야 2000억원, 3000억원 버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에게 100원, 200원을 더 얹어줘도 치킨을 더 먹겠나, 맥주를 먹겠나”라며 “세금을 걷어서 가난한 사람의 세부담을 줄이거나 보조금 형태로 주면 한계소비성향이 크기 때문에 김밥도 잘 팔리고 맥주도 잘 팔리고 치킨도 잘 팔린다”고 말했다.

◆ “제대로 된 가계소득 증대 위해선 노동소득분배율 높여야”

전성인 교수는 제대로 된 가계소득 증대 논의를 위해선 노동소득분배율을 정책의 목표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이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로 자본과 노동이 함께 창출한 소득에서 노동이 가져가는 몫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8년 80.4%에서 2012년 68.1%까지 낮아졌다.

전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일반 서민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이것이 사실은 형평성, 소득재분배 정책이 아니라 성장정책, 경기부양정책이라는 시각에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처럼 노동소득분배율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 교수는 “말로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우리가 진짜로 소득주도성장을 믿는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 노동소득분배율을 올리겠다, 다 같이 따라와 달라’고 해야 제대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을 올리기 위한 가장 쉬운 정책으로는 최저임금의 인상을 주장했다. 최소한 단계적으로 % 인상 목표를 제시하고 현실화 해야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을 정말 믿는다면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라며 “대기업 총수 사면 이야기는 나오는데 왜 진짜 이야기는 못 하느냐”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이나 가계소득 등 기존 보수정권에서 금기시 돼 왔던 단어를 꺼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전 교수는 “단어에 대한 금기가 풀리면 적어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며 “여권 내에 있던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적 터부(taboo)를 해제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 전성인

전성인 교수는 1958년생으로 1982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아 1990년부터 현재까지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로 꼽히는 그는 지난 2012년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주요저서로는 경제학원론(2013), 통계학(2002), 화폐와 신용의 경제학(1996) 등이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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