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양적완화(QE)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경제의 대침체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신조어다.
세 차례에 걸쳐 총 4조달러에 이르는 규모로 단행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QE는 출발 전부터 지금까지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혹자는 QE를 자산시장의 버블과 금융시장의 왜곡의 원흉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실업률 하락과 성장률 회복 등 지표 개선을 이끌어낸 동력으로 평가한다.
QE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요한 것은 QE 종료 이후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인공적인 생명 연장 장치에 해당하는 전례 없는 통화정책을 제거한 뒤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의 반응이 QE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라는 주장이다.
◆ QE가 남긴 족적
실물 경제 지표부터 자산시장의 가격까지 QE가 남긴 흔적이 적지 않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출처:AP/뉴시스] |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은 모기지 금리를 크게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는 지난해 이후 주택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 힘을 실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2분기 4.6%까지 뛰는 등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 비해 미국이 두각을 나타낸 것도 QE의 긍정적인 효과를 빼 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QE의 자산 가격 상승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2009년 3월 저점 이후 S&P500 지수가 100% 이상 뛴 데는 QE가 중추 역할을 했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평가다.
이에 반해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가파르게 떨어졌고, 이는 미국 수출 기업에 상당한 반사이익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 찬사-비판 극명하게 엇갈려
지표를 통해 확인되는 효과에도 불구, 정책자들부터 경제 석학까지 QE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체이스 프라이빗 클아이언트의 앤서니 챈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로 인해 사라졌던 일자리를 회복한 것이나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을 이루는 것은 명백한 QE 효과”라며 “연준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상당히 인상적인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찰스 슈왑의 린지 앤 손더스 최고투자전략가 역시 “연준의 QE 단행은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었다”며 “중앙은행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QE의 부작용을 놓고 날을 세우고 있다. 웨스트 휠록 캐피탈의 매니쉬 카푸어 이코노미스트는 “QE는 금융시스템의 과잉 유동성 홍수를 초래했고, 이 때문에 자산 가격이 왜곡됐다”며 “투자자들의 극심한 리스크 선호 심리 역시 QE가 양산한 부작용”이라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의 매트 킹 이코노미스트 역시 “자사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유동성”이라며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시스템을 흔들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QE가 미국 경제에 ‘유독성 유산’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엇갈리는 평가와 관련,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딘 베이커 디렉터는 “QE에 대한 비판도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QE의 성공적인 면에 대한 평가 역시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 관건은 QE 종료 이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정크 등급의 회사채 규모는 359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출처:AP/뉴시스] |
약 6년에 걸친 최장기 주식시장 랠리 이외에 자산 시장 곳곳이 연준의 ‘머니 프린팅’에 돈잔치를 벌인 것이 사실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의 지적처럼 연준의 정책에 시선을 고정했던 투자자와 금융시장이 경제 펀더멘털로 눈을 돌릴 때 자산시장이 어떤 향방을 보일 것인지가 이제부터 관건이다.
특히 미국 국채시장의 최대 투자자인 연준이 발을 뺄 때 국채 수익률은 긴축 이전부터 들썩일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경고다.
영국의 FT는 QE가 금융위기 이전 저금리에서 초래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버블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유독성 유산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지금부터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