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 주말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확대 결정의 여파로 엔화의 추가적 약세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4.10엔으로 거래를 마쳐 BOJ 발표 당일 시초가 대비 약 4.8% 가까운 상승을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달러당 114.21엔까지 상승하며 2007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전례없는 조치…재정적자 급증 예상지난달 31일 양적완화 확대결정을 발표하고 있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 AP/뉴시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정책 회의 결과 자산매입을 통해 본원통화를 연간 60조~70조엔 늘리는 현행 양적완화 규모를 80조엔까지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데릭 할페니 도쿄미쓰비시 은행 글로벌시장 리서치부문 대표는 "양적완화 규모가 이미 전례없는 수준"이라며 "BOJ의 자산매입 규모는 내년 말 380조엔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 정부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내년 말까지 75%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달러화는 엔화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4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시카고선물거래소(CFTC)에서 달러 강세에 베팅한 자금은 440억달러를 기록, 주간 기준 사상 최고치로 늘었다.
◆ '엔화, 최상의 자금조달 통화'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수석외환전략가는 이번 조치로 "일본 엔화가 최상의 자금조달 통화라는 사실이 더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 부양효과가 미국 연준의 긴축 정책효과보다 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시장 투자자들이 예측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달러/엔 환율이 115엔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며 유로/달러 환율의 경우 1.25달러 수준이 심리적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옌스 노드비그 노무라 채권 및 통화 전략 대표는 올해 4분기 달러/엔 환율 단기 목표치를 112엔에서 115엔으로 수정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엔화의 취약성을 감안하면 현재 달러 강세 포지션은 극단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BOJ 발표 직전에도 달러강세 포지션이 유지되고 있었다고 풀이했다.
◆ BOJ 정책발표 '서프라이즈'
BOJ의 정책발표는 시장 투자자들이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서프라이즈' 이벤트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칼 포체스키 소시에테제네랄 기업외환담당자는 "BOJ는 양적완화 통화정책을 지속해왔지만 이번 발표 타이밍은 예상 밖"이라며 "미국 연준이 취하는 방향과 대조를 이루고 있어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양적완화 확대 정책회의 결과 공개 이전까지 엔화 약세 포지션은 4주 연속 줄어들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러스킨 수석전략가는 "BOJ가 정책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냈다"며 "발표가 있기전에 엔화 약세 포지션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밀라 서튼 스코시아 은행 투자전략가는 "BOJ 발표뒤 시장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변화했다"며 "이는 시장 투자자들이 BOJ의 정책 변경에 대해 미리 대응하지 못했음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