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요 그룹사의 2014년도 연말결산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그룹사 최고경영자(CEO)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다. 올 한해 경영평가에 따라 2015년도를 기약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CEO들에게는 올해도 어김없이 웃고 우는 인사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썩 좋지 못하다. 주요 그룹사 대부분이 연초에 목표한 영업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서다. 실적이 꼭 CEO들의 자리보존(?)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각 그룹사 CEO들이 남은 기간동안 어떤 능력을 보여줄 지 주목되는 때다.
[뉴스핌=이강혁 기자] "불확실성이 여전합니다.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죠. 탈출을 위해서는 연공서열보다는 성과중심의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일부분 동감합니다."
10대 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올 연말 정기인사 전망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지만 위기 돌파를 위한 경영환경 변화의 측면에서는 연말인사의 중요성에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추락이냐, 도약이냐의 기로에 선 그룹들은 다가올 연말 정기인사에서 신상필벌 원칙을 어느해 보다 강하게 적용하면서 경영체제의 안정과 지속성장을 위한 인재중용에 인사시스템을 풀가동하고 있다.
◆'안정 속 성장' SK, 문책인사 가능성도..LG, 세대교체보다 도약 초점
SK그룹과 LG그룹의 올 연말인사 키워드는 아무래도 '안정'과 '성장'으로 모아진다. 성과에 대한 보상과 함께 재도약을 위한 물갈이 인사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일단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장기부재에 따라 인사 전반에 큰 폭의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그룹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력 계열사들의 경영 악화로 물갈이 인사 등 인적쇄신에 대한 내부의 요구는 적지 않다.
SK그룹은 다음 달 중순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의 부재에 따라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인사 전반을 들여다 본다. 이달 들어 각 계열사별 올해 목표달성 등을 점검하면서 계열사별 내년도 계획안을 보고 받고 있다.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 이같은 점검사항을 적용해 근무평가가 진행된다.
지난해 인사의 핵심이던 '안정 속 성장' 기조는 올해 역시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700일 가깝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최 회장의 경영공백을 차질없이 메우면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인사 방향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계열사들의 실적부진은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부 분위기가 높다. 호실적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는 보상 차원의 승진 인사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실적 부진을 겪는 주력 계열사에는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그룹은 지난 달 28~29일 1박2일간 진행된 CEO 세미나에서 현재의 경영상황을 심각한 위기 수준으로 진단하고 내년에는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작업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SK그룹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인사 결과를 미리 가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실적 개선을 위한 인적쇄신 작업 얘기가 나오고 있어 인사규모가 제법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LG그룹 역시 위기 인식은 어느 해보다 크다. 연초부터 위기론을 거론한 구본무 회장은 올 한해 사장단 및 임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위기 돌파를 강조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10월 7일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도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고 끈질기고 철저하게 실행해야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시장 선도를 이룰 수 있다"면서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들이 앞장서서 실행을 저해하는 부분은 과감히 없애고, 철저하고 집요하게 일하는 방식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올해 그룹 계열사 전반적인 영업실적이 나쁘지 않아 대대적인 세대교체 요구는 크지 않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전략 스마트폰 'G3'의 성공으로 빠르게 살아나고 있고,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 모두 3분기에 호실적 행진을 벌였다. 때문에 올 연말 인사는 성과 보상과 함께 '도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이달 들어 올해 사업성과와 내년 사업계획을 점검하는 '업적 보고회'를 진행 중이다. 계열사별 보고회에는 구 회장이 직접 참석하고 있다. 보고회가 마무리되면 각 계열사별 인사 및 조직개편 작업이 확정된다. 이르면 이달 말께 LG전자를 시작으로 각 계열사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위기' 외치는 그룹들..인적쇄신으로 해법모색
올 한해 상당수 그룹사들이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그룹들이 여럿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기존의 사업들은 한계에 직면해 새로운 성장원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화그룹도 이런 맥락에서 인적쇄신 작업에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10일 중국 사업을 총괄하던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기획실장에 보임했다. 그룹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금융과 태양광·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한데 따른 쇄신형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른 일부 임원 인사도 단행됐다. 여천NCC 대표이사에 최금암 전 경영기획실장, 한화이글스 대표이사에 김충범 전 회장 비서실장을 선임했다. 한화 내부에서는 "금 사장의 업무 파악이 끝나면 대대적인 사업재편과 인적쇄신의 인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창사 이후 최악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인사를 앞당겼다. 위기 돌파를 위해 인적쇄신 작업을 미룰 수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조선 계열사 262명의 임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81명을 조정했다. 올 3분기까지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
포스코도 권오준 회장 체제의 첫 인사를 다음 달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2~3월 정기주주총회 때 하던 인사가 3개월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위기 대응을 위한 선제적 인사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가 장기화되고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이미 많은 대기업들이 명예퇴직 등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위기 돌파를 위한 사업재편과 이에 따른 조직개편, 인사개편이 뒤따르면서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는 올 연말인사가 공포스럽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