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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 회장, '자기 색깔' 버려도 '내실' 챙긴다

기사등록 : 2014-11-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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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보 인수 집중, 사외이사 거취엔 즉답 회피 '한계'

[뉴스핌=노희준 기자] '리딩뱅크' 고토 회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한 윤종규(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의 향후 3년간의 경영 밑그림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내실 경영'이다. 윤 회장은 "자기 색깔이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내가 숨더라도 KB가 잘 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전임자 흔적 지우기'를 통한 급격한 방향전환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통한 내실 챙기기에 주력할 것을 시사했다.

윤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취임 직후 첫 기자 간담회에 나섰다.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질문에 답한 이후로는 첫 언론과의 대면이다. 그는 "전임자의 역사와 전통 위에 제가 있다"며 "이미 합리적이고 KB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검토된 것은 최대한 승계하고 미진한 것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의도적인 '임영록, 이건호 지우기'는 배제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특정 제도의 '형식'보다는 제도의 '실제 취지'를 살려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회장은 가령 '원샷인사(일괄인사)' 등 전임 경영진의 인사 원칙의 계승 질문에도 "추후 봐서 결정하겠다"면서도 "원샷에 집착하기보다는 인사에 따른 영업력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답했다. 

또한, 이건호 전 행장의 '스토리 금융'을 두고도 "고객중심 부분은 승계하겠지만, 고객 서비스의 내용 입력 등 형식화된 부분은 과감하게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M&A 계획에 대해서도 무리한 확장보다는 성과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윤 회장은 추가 M&A 가능성과 관련,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수 이후에 빠르게 정상화하는 경영 역량도 중요하다"며 "당분간은 현재 인수한 캐피탈과 저축은행의 정상화에 역점을 두고 LIG손해보험 인수 완료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LIG손보 인수 지연에는 "(계약 종료 시점까지 자회사 편입에 대한 금융당국) 승인이 나오지 않으면 계약 연장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인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회장이 점진적인 내실 변화에 초점을 두는 것은 결국 개혁의 동력은 내부 직원에게서 얻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변화의 첫걸음으로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저하된 직원이 사기가 오르고 만족해야 고객만족과 신뢰회복의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판단이다. 과거 낙하산 경영진의 급격한 물갈이와 전임자 흔적 지우를 거치며 내부 인적 자원이 고갈된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내부승계 전통을 정착하겠다는 포부도 밝힌 상태다.

이런 그의 내실 경영 구상은 통합사옥 건립 구상이나 해외진출 계획 등에서도 엿보인다. 윤 회장은 " 재임기간 중 가능하면 통합사옥 마련을 위한 첫 삽을 뜨길 바라지만, 우선순위에서는 경쟁력 회복과 고객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 했다.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장기적 시각에서 뚜렷한 시각을 갖고 나서겠다"면서 남 다 가는데 무조건 기웃거리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은행 진출만 생각하지 않고 캐피탈이나 카드도 가능하다. 단독이 아니고 조인트 벤처도 가능하다"고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가장 관심의 대상인 행장과 회장의 분리 시점에도 윤 회장은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그는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은행 정상화가 중요하다"며 "업무파악을 하면서 직원의 자긍심 회복과 고객 신뢰 회복, 경쟁력 차별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느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라"고 설명했다. 인사 문제에는 가급적 언급을 생략했지만, "몇몇 직책에 대해서는 효율성 차원에서 은행과 지주의 겸임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선택을 예고했다. 

다만, LIG손보 인수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이 사안과 연계된 사외이사의 거취 문제에는 명시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넘어가 금융당국과 사외이사 사이에서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조정이나 지점 통폐합 등 내부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에도 다소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그는 "인력 재배치와 재교육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진력하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조직원과 같이 지혜를 모아보겠다"고 말했다. 

또 "채산성이 떨어지고 장래에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지점 통폐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면서 "다만, 인위적으로 몇 %를 통폐합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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