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가계부채 증가와 기업 수익성이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부진해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치 2.5% 보다 낮은 1%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0%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디플레이션 상황을 의미할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기업들은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이미 저성장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조직ㆍ경영ㆍ투자 등 전 분야를 대상으로 혁신 활동을 가속하고 있다. 혁신 없이는 더 이상 수익성과 부가가치 창출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에 따른 것이다.
◆ 삼성전자ㆍ현대차, 제품 경쟁력 높여 저성장 경제 대응
우리 기업들은 품질 향상 등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과 재무건전성을 강화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 사업 발굴과 육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고부가가치 사업인 TV의 경우 프리미엄 시장 내 초고화질(UHD)ㆍ커브드TV 혁신 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흥 시장의 특화 모델을 확대하고, 보급형 제품 등을 내세워 글로벌 리더십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생활가전과 IM(IT모바일) 부문도 수익성 확보를 추진, 중장기 사업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질적 성장에 목표를 두고, 글로벌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사상 최대인 8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와 견줘 44만대 증가한 실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선 토요타 및 폭스바겐 등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을 위한 기준으로도 본다.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질적 성장을 통해 저성장 경제를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아직 디플레이션을 느낄 단계는 아니지만 질적 성장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성장 정체기… SKㆍKT, 구조 개편 강화
SK그룹은 지난달 말 CEO세미나에서 현재 경영 상황을 위기 수준으로 진단, 내년부터 사업 구조 재편을 강화하기로 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성장세가 주춤하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동통신 점유율 50%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통3사 가입자가 5600만명으로, 포화 시장인 만큼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사내 최적 운영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SK종합화학은 최근 진행한 대규모 투자 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넥슬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KT 역시 올초 황창규 회장이 맡으면서 통신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통신 사업을 정리하는 등 재무건전성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2분기엔 8300여명의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양호한 재무건전성이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기반이 되고, 향후 투자를 위한 실탄 역할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는 올초 권오준 회장 취임 후 기존 탄소강ㆍ스테인리스ㆍ성장투자 등 사업분야별로 운영해온 조직을 철강 및 생산 등 핵심분야 위주로 조정했다. 경영 혁신을 위한 그룹 원천 경쟁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또 신설한 가치경영실을 통해 그룹 차원의 투자와 경영 정책 등을 조율하는 등 경영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
쟤계 관계자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현재 시점에서 기업의 투자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기업의 투자와 민간의 소비를 효과적으로 늘리기 위한 중장기 종합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경제전문가, 기업ㆍ정부 해결법 찾아야
경제전문가들은 저성장 경제 구조에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만큼 기업의 전략과 정부의 정책 등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 기업들은 공격 투자 보다 긴축 경영을 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기업의 기본이 되는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나가돼 R&D 등 투자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금융ㆍ증권업계 및 교수 등 경제 전문가 3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8.9%는 저성장 극복을 위해 정부의 ‘제조업에 대한 집중 지원’을 꼽았다.
구조개혁 핵심 분야로는 서비스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전환(39%)과 법인세 인하(15.8%)가 주요 과제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가계부채를 해소해야 한다는 응답(36.8%)이 가장 많았다. 디플레이션 탈피 및 수출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화환율 약세를 유도해야 한다는 답도 34.3%로 나타났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 팀장은 “경기 위축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재정ㆍ금융정책을 통한 적기 대응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투자ㆍ소비 활성화를 위한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