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의 2015년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7%대 초반을 기록할 것이라는데 중국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6%대 후반으로 보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기관들에 비해 서방 투자은행들은 다수가 6% 후반대 저성장을 점치는 등 훨씬 어두운 전망치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인민(人民)대학교와 청화(淸華)대학교, 사회과학원 등 중국 주요 연구기관은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돌입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목표치인 7.5%를 다소 하회할 수는 있겠으나 내년에는 부동산 시장이 다소 활기를 되찾고 전면적 개혁 심화가 본격화하면서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민대학교는 최근 발표한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에 진입한 중국 거시경제’ 보고서에서 2015년이 ‘중국의 대개혁 및 대조정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 GDP 성장률을 7.2%로 예상했다.
중국측 기관들은 특히 2015년에는 소비와 수출, 투자 수요 증가세가 안정을 되찾아 가며 중국 경제의 7%대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인민대학교가 전망한 내년의 소비자물가, 투자, 소비, 수출 증가율은 각각 2.7%, 12.3%, 11.8%, 5.6%로 투자와 소비 증가폭이 가장 클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2008년 이후 인건비 등 경영비용이 증가하면서 낮은 코스트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중국 수출기업들은 어려움에 처했고, 이는 수출 증가세 하락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었다.
이에 관해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거시경제연구원의 장리췬(張立群)은 “세계 경제가 내년에도회복세를 유지함에 따라 중국 수출의 외부 환경이 안정되고, 중국 수출기업의 R&D 능력∙브랜드 경쟁력∙코스트관리능력∙근로자 자질 등이 제고되면서 내년 수출 증가율이 7%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6.8%로 다소 낮게 전망한 스위스 금융그룹 UBS도 수출 증가세는 비교적 밝게 점쳤다.
UBS는 미국과 영국경제의 회복에 힘입어 올해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유로존의 경제 성장폭도 점차 커짐에 따라 내년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안정적으로 8.5%에 안착하며 전체 경제 성장률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투자 증가폭 둔화가 내년 한해 전체 경제성장률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중앙정부는 부동산 경기 과열을 위해 2010년 부동산 규제 대책을 마련했으며 이후 40개 이상의 도시가 주택 구매 제한령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주택 판매 감소와 지방 정부의 토지 양도 수입이 줄어들면서 지방정부는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고, 4년뒤인 올 5월에는 중국 중앙은행이 나서 시중 은행에 주택 대출을 늘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를 늘려 경기 침체를 방어하고자 한 것이다.
현재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소수 대형 도시에서만 부동산 구매 제한 정책이 시행 중이며, 최근에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관해 장리췬은 “대도시에 집중된 부동산 기업들의 최대 난제는 판매량 감소”라며 그러나 대도시의 주택 구매 수요 부진은 단기적 현상으로 1선 도시의 경우 2선 도시들보다 인구 규모가 크고 현재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거주 목적의 주택 구매 수요가 여전히 높으며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올 하반기부터 주택 구매 제한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나고 부동산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업체의 신규 프로젝트도 속속 등장,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신형 도시화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시정비 및 인프라 확대도 정부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제조업 투자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투자 증가율이 1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노무라증권은 투자 증가세 완화를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조절 정책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조정기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이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것. 이에 따라 노무라는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올해의 12%에서 8%로, 인프라 투자 증가율은 올해의 22.0%에서 19.6%로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또 중국 부동산 및 인프라 건설 투자가 전체 고정자산 투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2014년의 16%에서 2015년 14.2%로 떨어질 것이라며,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중국 GDP 중 투자가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정자산투자가 소폭 둔화하더라도 전체 GDP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UBS 역시 부동산 투자 확대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UBS는 중국 정부가 향후 선지급금(首付) 비율 및 담보금리 인하와 같은 대출 장려 정책을 내놓고,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추진∙정책성 은행 및 정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융자를 지원하는 등 공공사업과 인프라 분야의 투자를 촉진하겠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이 이미 공급과잉∙수요 급감의 구조적 전환점을 맞이한 만큼 부동산 판매량이 단기간에 증가하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업체들이 재고 소화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으면 신규 부동산 투자는 2015년에도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7%까지 하락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재무부처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2020년 GDP를 2010년의 두 배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성장률은 7%면 충분하다”며 “예상대로 7%의 성장률을 실현한다면 2020년 중국의 1인당 GDP는 세계은행이 정한 고소득 국가 수준까지 뛰어 올라 중진국 함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리커창 총리 역시 2014년 10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중국-유럽 비즈니스 리더회의에서 “중국의 경제 운영은 합리적 구간에서 유지되어야 한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7.5% 좌우(左右)로, 여기서 ‘좌우’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업 상황이 양호하고 물가가 안정적이며 주민 소득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환경보호 노력이 성과를 얻는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7.5%보다 조금 높아도 낮아도 괜찮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