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말을 앞두고 유럽 금융시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시행 가능성이 보다 선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시장이 QE 시행을 기정사실화, 이미 가격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투자은행(IB) 업체들이 ECB의 QE 관련 시나리오 및 이에 따른 증시 향방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출처:AP/뉴시스] |
크레딧 스위스는 이르면 내주 열리는 ECB 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대규모 QE 계획을 발표, 연말 증시를 뜨겁게 달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크레딧 아그리콜은 EC B가 내주 회의에서 QE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라 유로화애 대한 숏커버링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QE 시행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강세 흐름을 확실시하는 것과 별도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매끄럽게 추진될 것인지 여부에 대한 회의감이 번지고 있다.
독일을 필두로 일부 회원국 정책자들의 반대와 ECB의 국채 매입을 위해 넘어야 할 법적 문제 등 기존의 걸림돌 이외에 시장 여건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기존에 ECB가 단행한 부양책이 QE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HSBC는 이날 ECB가 국채 매입을 결정하더라도 민간 금융권이 보유 물량을 매각, 정책자들에게 적극 협조할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HSBC의 스티븐 메이저 채권 리서치 헤드는 “ECB가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어 국채를 매각한 뒤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기존의 국채를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유리한 상황”이라며 “ECB가 계획하는 만큼 국채 매물이 뒷받침되지 않을 여지가 높다”고 예상했다.
ECB는 시중 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마이너스 20bp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ECB의 국채 매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매입하는 국채에 대한 ECB의 채권자 지위다.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ECB가 해당 국채에 대해 다른 채권자보다 우월한 지위를 가질 것인지 여부의 문제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아나톨리 아네코프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국채 매입에 나설 경우 채권자 동일 대우 조항(pari passu)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ECB가 사들이는 국채와 그렇지 않은 국채 사이에 신용 리스크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CB가 매입하지 않는 국채의 경우 금융시장에서 신용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간주될 여지가 높고, 이 때문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용 여건 측면의 QE 회의론도 제기됐다. 이날 라보뱅크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민간 금융권과 가계가 여전히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 QE가 신용 위축에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