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초단기자금(콜)시장의 '지준시장화'는 현재 시장분할방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장분할방식으로 가면 위험이 있는 만큼 지준거래 인식방식 도입이 필요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27일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단기자금시장 구조개편에 대한 평가와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단기자금시장은 콜시장 참여자를 제한해 은행 간 거래만 남기고 다른 금융기관을 배제하는 시장분할방식의 지준시장화가 진행됐다.
사실 지준시장(reserve market)은 말그대로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남고 모자라는 것을 기초로 단기자금 수요공급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 과정에서 증권사의 콜 차입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환매조건부채권(레포, Repo 혹은 RP) 거래 인프라를 개선하는 한편 기업어음(CP)을 전자단기사채('전단채')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이후 콜시장 규모는 감소 추세를 나타냈으며 전체 콜차입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이하로 축소됐다. 대체시장으로 부각된 전단채 시장은 지난해 도입 이후 월별 거래액이 50조원을 돌파하는 등 거래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콜시장과 레포시장간 장기균형관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따라서 콜시장의 지준시장화라는 정책 방향은 적절했다는 게 자본연의 진단이다.
다만 현재처럼 시장분할 방식에 의한 콜시장의 지준시장화가 추진될 경우, 자금이 특정주체에게 집중돼 불완전경쟁구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황 실장은 "콜시장에서 시장접근성에 대해 물리적으로 통제하면 실질적으로 대형 4개 은행만 남아 유동성관리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결국 한국은행 의존도가 높아져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단기금리는 정책금리에 연동돼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거래를 인정하지만 은행간 거래만을 지준 거래로 인식하는 미국과 유럽의 지준시장 운영형태인 '지준거래 인식방식'을 국내에도 도입하자는 것이 그의 얘기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콜시장에 해당하는 무담보시장에서는 은행, MMF, 금융투자회사, 연금, 보험사 등이 참여하며 시장 참여자자격에 원칙적인 제한이 없다. 이렇게 시장참여자 제한을 두지 않고서도 이 시장 거래의 성격은 제도에 의해 구분된다. 예컨대 은행이 비은행으로부터 무담보시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모두 예금으로 분류하고 지준을 적립해야 한다.
황 실장은 "지준거래 인식방식으로 가게 되면 콜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구분해서 분류, 비은행간 거래는 콜금리 산정에서 제외된다"며 "이렇게 시장을 분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