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두 통의 기름(시노펙, CNPC의 중국식 별칭)'이 뛰면 주가가 폭락한다".
" 증시로 유입되는 대규모 신규 자금 중에 작전 세력이 있을 수 있다".
"최근 A주 시장은 실적장이 아닌 유동성 장세다. 상승 기반(펀더멘탈)이 부실해 주가 폭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A증시가 흥분과 기대감에 들끓고 있는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 중국 A주의 잠재적 위험을 지적하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주가 상승을 자극하는 호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A주 상승폭이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가파르고, 일부 종목은 뚜렷한 원인 없이 주가가 치솟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4일 상한가를 기록한 중국의 2대 석유기업 시노펙(中國石化,600028.SH)과 CNPC(中國石油, 601857.SH)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전일 대비 4.31%나 오른 이 날, 줄곧 낮은 주가로 '덩칫값'을 못했던 이 두 종목이 상한선을 기록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 발생했다.
4일 시노펙은 주가는 전일보다 10.4%가 급등한 6.25위안에 장을 마감했고, CNPC 역시 9.21위안으로 주가가 10.4%가 뛰어 상한가를 기록했다.
◆ 석유주, '이유 없는' 상승...거품붕괴의 '신호탄'?
신중한 견해를 보이는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시노펙과 CNPC의 주가 급등 배경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두 종목에서 특별한 주가 상승 요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 기업의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최근 정부의 반부패 드라이브의 칼날이 시노펙과 CNPC의 국유기업을 정조준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다.
시노펙은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부정부패 척결 대상에 포함돼, 강도 높은 사정 작업이 예고된 상태였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11월 중순 정부 부처와 국영 기업 13곳을 부정부패 조사를 위한 특별 감사 기업으로 지목했다.
공교롭게도 주가가 급등한 3일 시노펙 자회사인 석유공정기술유한공사의 쉐완둥(薛萬東) 사장이 부정부패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고, 이런 사실은 4일 오전에 발표됐다.
5일 중국 경제뉴스 포털 시나재경은(新浪財經) 주가 조작을 노린 작전세력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량의 자금이 유입되며 증시가 되살아 나는 시점을 이용해, 주가상승을 부추기기 쉬운 시노펙, CNPC 등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시장을 '사자'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즉, 지수상승에 유리하고 주가가 낮은 시노펙·CNPC에 자금을 대량 투입해 가격을 오르게 하고, 일반 개미 투자자의 자금이 몰려들면 작전 세력이 대량의 매물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고, 결과적으로 '막차'를 탄 개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시노펙과 CNPC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A주가 바로 조정을 받았던 '경험'을 근거로 , 이 두 종목의 상승세를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시노펙과 CNPC는 상장 후 2008년 9월 19일과 22일 두 번 상한가를 기록했다.그러나 이후 A주는 한 달 이상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고, 상하이종합지수는 역사상 최저점인 1774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이 같은 '음모론'에 대한 반박도 있다. 시장 상황이 과거와는 달라 시노펙과 CNPC의 주가 급등이 A주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위안쉬야(袁緖亞) 중원(中原)증권 연구소장은 "최근 증권사와 은행의 대형주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금이 가격이 낮은 대형주인 시노펙과 CNPC으로 분산된 것이 4일 상한가의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5일에도 시노펙과 CNPC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6%와 5%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가 오름세를 이어갔다.
◆ 실적장이 아닌 유동성 장...폭락 위험성 더욱 커
최근 A주 상승 기반이 상장사의 실적이 아닌 신규 자금 유입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잠재 위험 요소로 꼽힌다.
A주가 7월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주가지수가 폭등한 것은 11월 21일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다. 금리 인하가 기폭제가 되어 시중 자금이 증시로 밀려들고, 거래량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통화 완화 정책 기조가 시장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인데, 이러한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거시경제 상황은 나빠지는데, 시장 분위기에 휩쓸린 대규모 자금이 증시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인위적 활황장'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
이런 강세장은 '사상누각(모레 위의 누각)'과 같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장에 불리한 소재가 나타나거나, 차익을 실현한 '큰 손' 투자자가 대량의 매물 처분에 나서면 시중 자금이 삽시간에 증시를 이탈하고,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다.
홍콩 대공보(大公報)도 5일 유동성 장세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관계 당국이 엄격한 관리 감독으로 위험성 방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불투명한 시장환경과 성숙하지 않은 투자문화
중국이 시장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폐쇄적인 시장 환경과 상장사의 불투명한 경영은 A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또 다른 잠재 위험이다.
중국 증권감독 당국이 상장폐지 제도 확립을 서두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실기업이 지방정부 등의 비호 아래 비정상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공시제도가 있지만 투자자가 부실기업을 골라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내부자 거래 역시 빈번하다. 최근에는 주식 투자에 눈을 뜬 젊은 투자자의 내부자 거래 적발 건수도 늘고 있다.
상해증권보(上海證券報)는 1985년 이후 출생한 청년층의 주식 투자 증가와 함께 이들의 내부자 거래 적발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백색가전업체인 캉성구펀(康盛股份)과 화학제품 업종의 훙다신차이(宏達新材)가 최근 내부자 거래로 적발됐는데, 피의자 중에는 20~30대 청년 투자자가 다수 포함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의 증권 관계자는 "홍콩 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A주에서는 여전히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일부 A주 상장사 경영은 주주의 권익보호·시장질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며 혼조세를 보이다 2938.78포인트로 장을 마감, 상승세를 지속했지만 상승폭은 1.32%로 전날 보다 축소됐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