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내년부터 미국 경제가 성장 폭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저조한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업계 이코노미스트의 예상과 달리 미국 국채시장의 트레이더들 사이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두드러진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른바 스트립스(Strips) 채권의 투자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 거래 규모가 평균 211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이는 1999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
내년 중반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스트립스가 약 50%에 이르는 랠리를 펼친 것은 긴축에도 불구, 인플레이션이 강한 반등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결과로 풀이된다.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국 경제가 동반 하강하고 있는 데다 원유를 필두로 상품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채권 시장의 향후 3년간 인플레이션 전망은 지난주 연율 1.9%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3년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NYL 인베스터스의 톰 제러드 채권 투자 헤드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트레이더들이 별다른 긴장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악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지극히 저조한 만큼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16일부터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 및 성장률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을 것인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고용 지표가 강한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임금 인상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빌 어빙 머니매니저는 “임금이 오르기 시작할 때까지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스트립스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월가의 회의적인 시각은 전반적인 채권시장 자금 유출입 동향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해 910억달러의 자금 유출을 기록했던 채권 펀드가 올해 1520억달러의 자금 유입을 기록, 커다란 반전을 이뤄냈다. 연준의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도 채권 ‘사자’가 오히려 강하게 고개를 들었다는 얘기다.
반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입 규모는 지난해 3580억달러에서 올해 1650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BOA의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탈피해 디플레이션으로 접어드는 상황을 반영하는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