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이 소문 없이 이머징마켓 환율 전쟁에 본격 가세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글로벌 경제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할 것이라는 경고가 투자가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2% 하락했다. 이는 연초 이후 위안화 움직임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출처:텔레그라프] |
이에 따라 중국 수출 기업의 이익률이 대폭 위축됐고, 중국인민은행이 공식적으로 위안화 평가절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가 뚜렷한 데도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2개월 사이 위안화가 하락 반전을 이룬 것은 중국 금융당국의 개입에 따른 것이라는 데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일본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엔화 하락과 이후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 평가절하 움직임 속에 중국 역시 환시 개입에 팔을 걷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 디플레이션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강부터 시멘트, 화학, 석탄, 태양열 칩에 이르기까지 과잉 설비로 인해 생산자 물가가 2.7%까지 밀렸다. 인플레이션은 1.4%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소시에떼 제네랄은 중국이 디플레이션 문제를 떠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이 디플레이션을 글로벌 경제에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크게 고조된 유로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유럽이 중국의 주요 교역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과격한 부양책과 이에 따른 엔화 하락에 따라 이머징마켓의 환율전쟁이 점차 열기를 더하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주요 이머징마켓이 일제히 통화 평가절하에 나섰고, 중국이 이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UBS의 조지 매그너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98년 엔화가 급락했을 때 아시아 상황과 최근 움직임이 매우 흡사하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 신호를 감안할 때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정책자들은 최근 위안화 하락이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해외 채권 매입 움직임이 재연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지난 1분기 미국과 독일, 영국을 중심으로 해외 국채를 1060억달러 규모로 사들인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