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최주은 기자] #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LANEIGE)는 지난 2002년 중국시장 진출에 앞서 3500명에 이르는 현지 소비자 조사 등 3년 간의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백화점에 한정된 고급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그해 9월 중국시장에 본격 상륙한 라네즈는 10여년이 지난 현재 코리안뷰티(K-beauty)의 상징이 됐다. 상해의 1급 백화점 등 주요 120여개 도시, 329개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중이다.
# 지난 2003년 중국 현지법인인 청도복고전자유한공사를 설립한 쿠쿠전자는 중국 밥솥시장에서 '프리미엄 밥솥' 브랜드로 명성이 자자하다. 쿠쿠는 현재 백화점, 마트 등 800여 개의 매장에 입점해있다. 중국전용 죽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자동화메뉴 탑재 등 철저한 현지화와 차별화된 마케팅의 결과물이다.
한국산 '화장품과 밥솥'이 중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고가소비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적 사례다. 한국산 토종 화장품은 중국 뿐 아니라 아세안을 넘어 북미, 서유럽 등으로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위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은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시장 다각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해외진출 르네상스' 방안과도 일맥상통한다. 2015년에도 대내외 악재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기업들의 퀀텀 점프(Quantum Jump:대약진)을 위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아모레퍼시픽·쿠쿠전자 성공사례 해답은 '맞춤형 마케팅'
전세계 코리아뷰티(K-beauty) 열풍의 주역인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라네즈를 선봉으로 설화수, 이니스프리, 마몽드 등 주요 브랜드들이 세계인을 사로잡으며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은 폭발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른바 세포화, 디지털화 등 유통 채널의 다각화를 통한 고객 접점 확대, 글로벌 시장과 고객에 맞춤화된 브랜드 마케팅의 결과물이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고객 중심의 필실천 요소들을 민첩하게 실행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한국 밖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며 글로벌 브랜듸 컴퍼니의 비전을 강조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해외시장에서 중국·아세안 사업을 확대하며 1957억원의 매출을 달성, 전년 대비 41.3%의 고성장을 일궈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라네즈는 7년간 1200명의 아시아 여성들의 피부를 연구해온 노하우, 이를 바탕으로 구축된 마케팅 전략, 차별화된 스타상품 개발 등을 통해 2014년 국내외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는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신병기는 '이니스프리'다. 이니스프리는 중국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상해 20~30대 고객을 마음을 사로잡으며 제2의 라네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더 그린티 씨드세럼'과 '화산송이 모공마스크'가 대표 상품으로, 지난해 중국에서만 100호점까지 매장을 확대했다.
김영목 이니스프리 글로벌전략팀장은 "최근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인 제주의 천연원료로 만든 자연주의 화장품 컨셉과 한국의 대표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 생산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중국 고객들에게 매력 요소로 작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쿠전자도 중국인들의 필수쇼핑품목인 '쿠쿠밥솥' 프리미엄과 현지화전략을 통해 아시아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중국 시장에서 최근 2년간 매출은 60% 이상 신장율을 보이면서 중국 내수시장에서 고부가가치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한국식 죽 대비 수분이 많은 편인 중국 전용 죽을 위한 자동화메뉴 탑재, 중국어 음성안내 기능 탑재 모델 출시, 중국어 디스플레이, 중국내 블로거 지원, AS센터 지점 운영 등을 통한 성과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중국인 선호에 맞츤 마케팅 전략으로 현재 중국 청도, 심양, 상해 등 주요도시에 쿠쿠브랜드숍을 11호점까지 오픈했다"면서 "앞으로 중국 전지역에 판매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2016년까지 브랜드숍을 20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2015년 '해외진출 르네상스' 성공 조건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경제5단체 초청 해외진출 성과확산 토론회'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해외진출 르네상스 3대방향'을 발표했다.
▲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확대 및 비관세 장벽 대응 ▲ 중소·중견기업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육성 ▲ 제조업에서 의료·서비스 등 수출업종 다변화가 주요 골자다.
정부가 업종 관계없이 매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강조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해외진출이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기업의 속성상 신규이익 창출이 눈에 보이면 팔어 걷어부치고 아프리카 오지까지 진출하겠지만 불확실성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선 섣불리 투자하기가 꺼려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안화 거래 활성화방안에 합의하고 한국에 800억위안 규모의 RQFII(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자) 자격을 부여했을 당시에도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품개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당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투자에 좀 더 보수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새로운 수익원 아이템에도 손을 놓고 숟가락으로 밥을 떠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의 무사인일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꼬기도 했다.
지난 2006년 한국-아세안(ASEAN) 자유무역협정(FTA)가 타결된 이후 수많은 국가들과 FTA가 진행됐고 지난해 11월에는 한중 FTA도 타결됐다. 그만큰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경제영토가 넓어졌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중국, 일본, 신흥국들과의 글로벌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안전주의, 무사안일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같은 점에서 아모레퍼시픽과 대표적 중견기업인 쿠쿠전자의 글로벌 히든챔피언 사례는 해외진출 르네상스의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 치맥 열풍을 만든 것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의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누누히 강조한다.
라네즈의 글로벌화에는 에어쿠션을 넘어 비비쿠션이라는 새로운 화장품과 미용법이 있었다. 이것이 세계 화장문화를 바꾸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