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다양한 어휘로 변화를 줬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위기감'에 대한 거듭된 강조다. 수년째 이어지는 증시 침체 속에서 2015 을미년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지금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로 정리된다.
증시와 경제에 대해 대부분의 증권 CEO들은 '유례없는 위기국면',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외치며 위기관리에 철저한 대응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래서인지 올해 증권사 CEO들의 신년사에 언급된 위기 돌파 해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찌보면 단순할 정도로 '고객중심 경영, 고객과의 신뢰구축'으로 요약된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진부한 결론일 수 있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 증권사 CEO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와 함께 '속도 경영', '스피드 경영'도 올해 신년사에서 유독 눈에 띄는 어휘였다. 모든 정보가 모바일, SNS 등을 통해 실시간 전해지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전략 역시 이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됐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금융투자업계 주요인사들 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5년 증권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개장치사를 듣고 있다. / 이형석 기자 |
이에 박 회장은 '고객우선' 경영철학을 다시한번 강조하며 "모바일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맞는 '속도 경영'이 중요한 때가 왔다. 물론 단순 실행만으로는 안되고 고객 점접인 영업과 현장 중심으로 조직과 권한을 강화해 속도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임직원들의 혁신적 사고를 그는 거듭 중요시하며 "하나의 격자속에 넣고 그 틀에서만 일해서는 안된다. 그래선 혁신적인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 관례적으로 생각했던 것들과 이별해야 한다. 임직원에 대한 교육과 투자도 이런 일환으로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증권사 리서치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밴드를 내놓은 KDB대우증권 홍성국 신임 사장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때'라는 말로 위기 인식을 대신했다.
홍 사장은 "지속된 과당경쟁으로 시장이 한계에 다다르며 침체가 이어졌는데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경기 싸이클의 한 구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경영환경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고 더한 위기를 예고했다.
이어 "유래없는 위기 극복을 위해선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뛰어넘는 창의성이 필요하다"며 "과거의 성공 방법으로는 우리 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일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쳐 국내 증권업계 1위로 거듭난 NH투자증권 역시 올해 더 어려워진 경영 환경을 예고하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연말 통합 출범식을 치르며 명실상부 1위가 됐는데, 이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기 위해선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객이 처음이자 끝인 고객중심 회사가 돼야 한다"고 고객경영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논어의 회사후소(繪事後素)를 예로 들며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선 흰 바탕이 우선이다라는 말씀처럼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과거를 잊고 흰바탕 위에 위대한 회사를 새롭게 그려가는데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증권 수장으로 선임된 윤용암 사장은 이번 위기국면을 '삼성의 골든타임'으로 삼자고 했다.
윤 사장은 "고객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국내금융시장에 대해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지금이 바로 삼성증권의 골든타임"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차별화에 무게를 실었다.
상대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한 단계 한 단계 밟아온 한국투자증권 역시 긴장의 고삐를 한번 더 틀어쥐는 모습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는 리테일영업 패러다임 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 발전하고 정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형증권사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낸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CEO 징기스칸' 사례를 들며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처와 끊임없는 도전 없이는 현대 역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말로 위기감을 일깨웠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