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막대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실시하더라도 유로존 경제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진행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32개사 응답자 가운데 26명은 ECB가 올해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AP/뉴시스) |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주 몇 달 내 국채를 포함한 자산매입을 위한 강력한 시그널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오는 22일 ECB 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와 관련한 중요 결정사항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ECB의 양적완화가 이뤄진다 해도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될 것이라며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롬바드스트리트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유로화도 약세를 보이겠지만 이는 전체적으로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카드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요르크 크래머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QE로 인해 국채수익률이 낮아지면 채무비중이 높은 국가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인플레이션이나 성장세 회복보다는 자산가격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양적완화, 해볼만 한 시도"
최근 인플레이션 하락과 회복세 불안 등으로 유럽 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1월 0.3%까지 하락해 ECB의 통제목표치인 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2월 인플레이션 수치도 최근의 급격한 유가하락으로 인해 더욱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너선 로인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패키지가 충분하다면 어느 정도 경제에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결국 유로화를 하락시킬 것이지만 한번쯤 해볼만한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ECB의 양적완화 규모는 5000억유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소 2500억유로에서 최대 1조유로까지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으며, 일부는 국채 매입과 더불어 회사채도 매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드라기 총재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책위원들은 ECB의 자산매입 확대로 대차대조표가 2조유로에서 3조유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용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독일 민심 반발기류…되돌리기 어려워"
하지만 ECB가 국채매입에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는 독일 정부의 압력을 회피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일단 ECB 정책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와 일부 정책위원들은 자산매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 정부는 대외적으로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독일 민심은 ECB의 양적완화 실행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드라기 총재의 유로존 경기침체를 해결하려는 결단에 대해서는 지지하지만 여전히 독일 정부의 자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의 예산 규정도 까다로와 ECB의 양적완화 결정과 함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루크레시아 라이클린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는 "ECB의 국채 매입이 진행되면 향후 국가적인 수준에서의 신용리스크는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바웰 RBS 이코노미스트는 "ECB 정책위원들 가운데 더많은 사람들이 양적완화에 동의할수록 이는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는 강력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결국 이것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