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콩 최대 갑부 리카싱(李嘉誠) 홍콩청쿵실업회장이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출처:블룸버그] |
대만 경제전문지 천하잡지는 13일 "시진핑(習近平) 시대가 도래한 이후, 더 이상 홍정상인이 권세를 누리기는 어려워졌다"며 "중국 정부의 반부패 드라이브가 리카싱 회장의 중국 탈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홍정상인은 청나라 시대 상인을 겸한 관리를 이르는 말로, 최근에는 고위 관리와 친분 관계를 맺고 정부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인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중국정부에 의해 축출된 대표적 홍정상인으로는 류쥔췽 솽룬그룹 회장과 지젠예 전 난징시장이 꼽힌다.
잡지는 지난 2012년 리카싱 회장인 홍콩행정장관 선거에서 중국 정부가 지목한 렁춘잉(梁振英) 후보가 아닌 상대 후보를 지지한 이후부터 시 주석과의 관계가 틀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앞서 리 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그룹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부동산 투자회사 청쿵홀딩스와 통신·에너지·소매를 담당하는 허치슨왐포아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후 새로 설립될 회사는 비부동산 사업을 총괄하는 CKH 홀딩스와 부동산 사업을 담당할 CK프라퍼티다.
이날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CKH홀딩스와 CK프라퍼티의 소재지인 케이먼 제도다. 영국령인 케이먼 제도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알려져있다.
리 회장은 "최근 홍콩증시 상장 기업들의 유행을 따르려는 것"이라며 청쿵그룹이 홍콩·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이란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현지 관계자들은 리 회장의 해명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리 회장이 최근 2년간 1000억위안 가량의 부동산을 팔아치우는 등 중국 철수 가능성을 보이는 행동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조지 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금융 에디터도 지난 12일 '리카싱 일가가 홍콩을 떠난 후 홍콩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란 칼럼을 통해 리카싱 회장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이번 그룹 사업개편 방안으로 리카싱 회장은 다시 한번 아시아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다.
리 회장의 발표 후 지난 12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청쿵실업과 허치슨왐포아의 주가는 각각 15%, 13%씩 급등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이날 리카싱 회장의 자산은 330억달러로 늘어 282억달러를 보유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누르고 아시아 최고 부자로 재등극했다.
앤드류 로렌스 CIMB 홀딩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오랜 검토 끝에 나온 결과"라며 "이번 결정으로 기업 구조가 투명해지고그동안 그룹간 투자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 역시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