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홍콩증시 상장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성디찬(恆盛地產·헝성부동산 00845.HK)이 제2의 자자오예(佳兆業)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선전 소재 부동산 개발업체인 자자오예(佳兆業)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나재경(新浪財經) 등 복수의 중국 매체는 헝성디찬이 상하이 펑셴구(奉賢區) 제팡로(解放路)에 개발중인 '신야밍주(馨雅名築)' 주택건설 프로젝트가 공중분해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2014년 12월 신야밍주 프로젝트 주택이 여러건의 소송에 걸려, 상하이 푸퉈(普陀)구 인민법원에 차압됐다.
뿐만 아니라 현지 정부의 차압으로 프로젝트 공사가 중단돼 월급을 받지못한 인부들이 신야밍주 주택 건설 단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프로젝트 협력파트너 해외 도피로 헝성디찬 대주주 '곤혹'
사건의 발단은 신야밍주 프로젝트와 관련된 개발업자 루샤오룽(陸小龍)이 해외로 도주해 건설 사업에 차질이 빚어진데서 비롯됐다. 관련 민간대출업체와 신탁회사의 피해도 예상된다.
이번 사태로 헝성디찬의 대주주인 장즈룽(張志熔)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해외 도피한 루샤오롱이 다름아닌 장즈룽과 막역한 사업 파트너 관계라는 점 때문이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루샤오룽은 헝성디찬의 프로젝트 사업을 위탁경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가 된 신야밍주 프로젝트 단지 인근에 '신야밍팅(馨雅名庭)', '신야밍디(馨雅名邸)'라는 비슷한 이름의 부동산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었는데, 이들 프로젝트 모두 사실은 헝성디찬의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상하이줘한(上海卓翰) 부동산개발의 신야밍주 프로젝트, 상하이펑한(上海豐翰)의 신야밍팅 프로젝트, 상하이헝란(上海恒冉)의 신야밍디 프로젝트는 모두 '상하이디퉁(地通)건설유한공사' 한 곳을 시공사로 삼고 있다. 이 상하이디퉁건설의 실제 지배 주주는 장즈룽의 부친 장더황(張德璜)으로 알려졌다.
이가운데 상하이줘한과 상하이펑한은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로, 이들 회사의 신야밍주와 신야밍팅 프로젝트는 루샤오룽과 그가 경영하고 있는 개발업체 상하이 루위안(陸園)그룹이 맡고 있다. 상하이줘한의 법인대표는 바로 해외 도피한 루샤오룽이다.
그러나 루샤오룽은 2014년 9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서는 ′사업차 미국을 방문했다′거나 ′자녀 유학 때문에 미국에 갔다′는 등 각종 소문만 무성할 뿐, 그가 미국에 간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리샤오룽의 한 측근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루샤오룽이 초빙한 한 전문경영인과 루샤오룽 간에 경영권 다툼이 있었다"며 "루샤오룽이 그룹 재무와 자금을 주무르는 권한을 상실하면서, 그가 예전에 빌린 대출금과 채무를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작년 10월들어 다수의 민간대출업체가 루샤오룽과 그가 경영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법정소송을 제기했다.
헝성디찬 대주주 장즈룽의 부친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상하이디퉁건설도 제휴 사업과 관련해 루샤오룽측에 2억 위안(약 349억원)의 차입금 상환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요 사업파트너의 해외 도주에 따른 잇따른 소송과 정부 차압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 외에도, 그 동안 헝성디찬의 영업실적과 주가흐름도 난조를 보이면서 제2의 자자오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송유미 기자. |
헝성디찬의 홍콩 증시 주가도 지난 1년간(2014년 1월 13일~2015년 1월 12일) 35.47% 폭락했다. 12일 주가는 1.11홍콩달러로 전일대비 5.13% 급락했다. 13일 종가는 전일대비 2.7% 떨어진 1.08홍콩달러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완커, 자자오예 부지 매입 중단...자자오예 파산 위기
한편, 2015년 중국 자본시장 첫 디폴트 사례를 남긴 자자오예 그룹의 파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상하이증권보(上海證券報) 등 복수의 중국 매체는 자자오예 그룹 디폴트 위기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부동산 대기업 완커(萬科)가 자자오예 그룹의 상하이 부지 매입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자자오예 그룹은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의 프로젝트 부지를 경쟁사인 완커에 매각해 12억 위안(약 21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와 경기둔화 속에서 중국 정부는 시장 경기를 살리기 위한 각종 조치를 내놓고 있다. 작년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금리인하 단행 등 조치에 이어, 13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또 한 차례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날 인민은행이 3개월 만기가 끝나는 2800억위안 규모 중기유동성지원(MLF)을 재연장하면서, 시중에 단기자금을 공급했다고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 등 중국 매체가 14일 보도했다. 이번 MLF 연장은 인민은행이 대규모 기업공개 (IPO)와 춘제(春節·음력설)를 앞두고 시중 유동성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 공급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금리 및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