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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양적완화 규모는?…고개 드는 '회의론'

기사등록 : 2015-01-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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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의식한 절충안 발표할 듯…터닝포인트는 무리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오랫동안 만지작거린 미국식 양적완화(QE) 카드를 마침내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일의 눈치를 보며 소심하게 내민 마지막 옵션이 획기적인 효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시각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0.2%로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심화시킨 가운데, ECB의 국채 매입이 합법이라는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결정이 나오면서 QE 실시를 위한 여건은 사실상 무르익었다는 판단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를 비롯해 관련 고위 인사들 역시 국채매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데다, 지난주 갑작스레 환율하한제를 폐지한 스위스중앙은행(SNB)의 돌발행동이 QE 조치를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ECB의 QE 발표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QE에 강력히 반대해 온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전문가들은 QE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도 어느 정도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ECB의 정책회의 이후에도 그리스 총선 등 유로존을 뒤흔들 변수들이 남아 있어 QE 결정이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것이란 회의론도 여전하다.

◆ ECB 예상 시나리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출처:AP/뉴시스]
ECB는 그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에 맞서기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왔다.

디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마이너스 예금금리는 물론 목표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Targeted long term refinancing operation은 유동성 공급을 목적으로 ECB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장기저리대출), 커버드본드(부동산 담보 대출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유동화한 채권) 매입, 유로화 표시 자산유동화증권(ABS, Asset-backed security) 매입 등 파격적 통화정책을 쏟아 냈다.

하지만 ECB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유로존 디플레이션은 현실화했고, 이제는 마지막 카드인 QE를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주요 외신들은 ECB가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QE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는 독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형태의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19개 유로존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각자 자국 국채를 국가부채 총액의 20~25%선에서 매입하는 방안을 드라기 총재가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국채 등급이 불량한 국가의 리스크를 ECB에 대한 재정 기여도가 큰 선진국으로 전이시켜서는 안 된다는 독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절충안인 셈이다.

또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거론되는 그리스 국채는 투기등급으로 매입이 적절치 않은 만큼 그리스 중앙은행에 대해서는 국채 매입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QE 규모에 대해서는 여러 전망들이 제시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소 5000억유로(약 626조원) 규모의 국채매입이 발표되거나 혹은 인플레가 ECB 목표치인 2%에 도달할 때까지 무제한 국채매입을 실시하는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QE 규모가 6000억유로 정도가 될 것이며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 QE '유로존 터닝포인트' 기대 무리

전문가들은 ECB가 QE를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유로존 위기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란 데 베팅하는 분위기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유럽 경제가 개선된 것처럼 보여도 정치적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영국 애덤스미스연구소 팀 워스톨 연구원은 18일 포브스 기고문에서 QE 규모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5000억유로 규모는 너무 적으며, 이행 시기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규모 면에서 유로존보다 훨씬 작은 영국도 4000억파운드 규모의 완화조치를 시행했으며 미국의 경우는 4조달러였다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QE가 붕괴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살려내는 데는 큰 역할을 했지만 성장 촉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ECB의 QE 조치가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지는 못한 채 유로화 약세만을 부추길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영국 텔리그래프는 그리스 역시 ECB의 QE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리스크라면서, 오는 25일 총선 이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상황이 발생하면 긴축 이행 차질은 물론 또 한번의 시장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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