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최근 중국 A증시 상장사들이 지난해 실적 공개와 함께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상장사 주가가 급등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는 재무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고율의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해 중국 당국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상증자란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이 장부가보다 크게 상승하거나, 잉여이익이 상당히 누적되었을 때 이를 회사 자본금에 전입하고 늘어난 자본금 만큼의 신주를 발행해 주주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나눠주는 형태의 증자를 말한다.
무상증자는 주식 시장에서는 단기 주가 상승을 부르는 호재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회사 내부에 잉여금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시장에서는 해당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증시에서 상장사들이 잇따라 무상증자 방안을 내놓자, 관련 상장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큰 폭 상승세를 보여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A주 상장사 가운데 첫 번째로 2014년 영업실적을 공개한 워화의약(沃華醫藥·옥화의약 002107.SZ) 주가가 실적 공개 후 5거래일 동안 45%나 폭등한 것.
이 회사가 전년 동기대비 무려 244.1%나 증가한 3655만 위안(약 63억4200만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는 이유 외에도, 고율의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주가 급등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워화의약은 모든 주주에 10주당 12주의 주식 배당과 함께 2.1위안의 현금배당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시보(證券時報)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26일까지, 70개가 넘는 A증시 상장사가 무상증자 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60개 상장사가 주주에게 10주당 10주 이상의 주식을 배당하는 고율 무상증자를 할 계획이다.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속에서, 고율 무상증자 계획을 언급한 60개 상장사 중 50개사의 주가상승률이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을 앞질렀다. 심지어 이들 상장사 중 주가상승률이 10%이상인 상장사는 20개사에 육박하고 있다고 증권시보는 전했다.
연말연초 상장사들의 잇따른 고율 무상증자로 인해 일부 종목 폭등장세가 연출되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단속에 나섰다.
일부 상장사들이 무상증자를 투기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상장사는 재무상태가 건전한 기업이 무상증자를 실시한다는 통념을 이용해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악용, 무상증자를 주가 띄우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A증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장사는 태양광 업체 하이룬솔라(海潤光伏 600401.SH)다.
지난 23일 하이룬솔라는 주주에게 10주당 20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고율 무상증자 계획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무상증자 방안을 제안한 주주들이 지분 매각을 검토중이라는 점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하이룬솔라가 고율 무상증자를 실시할 만큼, 영업실적이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업체는 2013년 2억 위안(약 347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데 이어, 2014년 1~3분기에도 적자규모가 4200만 위안(약 73억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 중국 증감회는 하이룬솔라에 상세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또한 상장사의 고율 무상증자에 대해 내부자거래 의혹이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정부는 주가조작 및 내부자거래를 단속하는 등 근래들어 증시 규범화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증감회는 증권사들이 융자융권(融資融券 신용·대주)거래와 관련해 위법 영업을 일삼아온데 대해 경고하고 중신증권을 비롯한 3개 증권사에 대해 3개월간 신규 융자융권 거래를 중단하는 처벌을 내렸다.
이 중 중신증권 대주주인 중신그룹(CITIC)은 지난 19일 A증시 대폭락장 직전인, 13~16일 중신증권 지분을 대량 매각해 내부자거래 의혹을 사기도 했다.
얼마전 공시위반으로 물의를 일으킨 중국 화장품제조업체 상하이자화(上海家化, 600315.SH)에 대해서도 증감회가 경고조치와 함께 관련 고위임원에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증시과열 방지를 위한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증권사 신용·대주 거래 자금과 더불어 A증시에 대거 흘러든 은행자금 단속에도 나섰다.
최근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상업은행 위탁대출 관리방법(의견수렴안)′을 발표하고 상업은행의 위탁대출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규제하기로 했다.
의견수렴안에 따르면 상업은행은 수신자금을 위탁대출 자금원으로 이용할 수 없으며, 상업은행이 위탁받아 시행한 대출을 채권, 선물, 금융 파생상품, 제테크 상품, 주식 투자에 사용할 수 없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