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6월 이후 국제 유가가 60% 폭락한 데 따른 글로벌 투자자들의 손실이 약 4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 하락이 4분기 민간 소비를 크게 끌어올렸지만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손실에 눈을 뜨면서 다시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원유 시추 현장[출처:AP/뉴시스] |
당시 국제 유가 평균 가격은 배럴당 91달러를 웃돌았다. 기업공개(IPO)부터 채권 발행, 벤처 캐피탈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공급된 데 따라 미국의 원유 생산 규모가 30년래 최고치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후 유가가 폭락한 과정에 투자자들이 393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섹터의 76개 상장 기업의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3530억달러에 달했고, 하이일드 본드에서 발생한 손실이 400억달러에 이른다는 얘기다.
라담 앤 와트킨스의 숀 휠러 에너지 부문 회장은 “지금까지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에 따른 혜택에만 시선을 집중했다”며 “이제 이들은 포트폴리오에 발생한 타격에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극심한 손실을 떠안았다. 불과 8개월 전 에너지 XXI가 발행한 채권 가격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1달러당 50센트 아래로 떨어졌고, 주가도 88% 폭락했다.
유가 급락에 따른 투자 손실은 개인 투자자 뿐 아니라 금융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된 실정이다. 뱅가드 그룹은 에너지 XXI의 2대 주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스티펠 파이낸셜의 브래디 게일리 애널리스트는 “텍사스를 필두로 에너지 산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의 은행권이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며 “석유 업계에 신용을 제공한 은행이 상당수에 이르며, 유가 급락에 따른 석유 업체의 충격이 금융권으로 고스란이 이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텍사스와 콜로라도, 오클라호마, 노스다코타 등을 중심으로 유가가 고공행진했을 당시 자금을 공급한 은행이 수백개에 이른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미국 연방통화감독청의 길 바커 감독관은 “주요 석유 생산 지역의 은행권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