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없는 복지'와 관련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서는 국민의 65%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보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탓에 증세 없이 복지만 무차별 확대하다 재정 악화로 도태된 나라의 대표적 사례로 아르헨티나와 그리스를 들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에는 지난 2011년 이후 무상복지의 광풍이 몰아쳤다. 정치권이 무상보육, 무상급식, 대학 반값등록금 등을 들고 나올 때 많은 국민이 표를 몰아줬다"며 "나라가 아이 교육과 부모 공양을 책임진다는 공약에 박수를 쳤을 뿐, 그 돈을 누가 내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가 체력에 걸맞지 않은 갑작스러운 복지 확충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다"며 "예컨대, 무상보육 확대는 부실한 어린이집과 자격미달 교사를 양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국민의 권리로서 복지라는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의 의무인 납세라는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그러면서 "증세는 이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증세는 최종수단이 돼야 함을 강조했다.
◆ "당 주도 국정 현안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 나갈 것"
김 대표는 또 "최근 정부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정운영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와 공동운명체로 당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대통령의 어려움을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고위 당·정·청 회의가 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며 "앞으로 당이 주도해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건강보험료 개편 연기를 비롯한 정책 혼선과 관련 그는 "건강보험료 개편안의 경우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자는 좋은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부처에서 일방적인 연기를 발표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에 대한 치열함과 세심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일수록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 즉 내각을 구성하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은 나라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과 함께 고도의 행정능력을 갖춰야 한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소신있게 정책집행과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위기의 종이 울리는 데 앞장서지 않거나, 충분한 고민 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조변석개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미래세대의 지갑을 열고 그들의 신용카드를 미리 쓸 권리도 없다. 내 문제가 아니라 가족, 이웃, 나라의 문제라고 넓혀 생각하는 역사의식을 가지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야당과 공무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 "입법에도 골든 타임 있어" 경제활성화법 처리 당부
국회 운영 및 야당에 대해서는 "우리 국회는 지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중점법안 12개를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듯이, 입법에도 '골든 타임(golden time)'이 있다. 우리 정치권은 입법권의 막중함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며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당부했다.
김 대표는 "이 세상에 문제없는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도 초저출산-고령화 문제, 양극화 문제, 청년실업과 노인빈곤 문제, 복지와 증세문제, 무상보육과 사교육비 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이러한 문제는 국민과 정부, 국회가 힘을 합쳐야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면 결국 사회분위기를 망치고 국민의 신명이 사라지게 된다"며 "지금은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결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