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6의 성공으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재조명되고 있다.
애플의 성공요인에 대해 그동안 혁신과 디자인 측면이 주로 부각돼왔으나 최근에는 쿡 CEO가 주력해온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SCM)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포브스 등 주요 외신들이 2일(현지시각) 분석했다.
공급망관리란 한 마디로 원재료나 부품의 효율적인 조달 영역에 해당한다. 현재 아이폰6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56개의 다양한 납품업체로부터 제때 제시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받는데 이 과정에 6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투입돼 관리하고 있다.
◆ 애플 쿡 CEO, 공급망관리 전문가 출신
애플에 입사하기 전 쿡은 대형 PC업체인 컴팩에서 공급망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1998년 애플에 입사해서도 공급망관리 업무 매니저를 맡았고 나중에 글로벌 판매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에도 유사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왔다.
애플은 공급망관리에서 납득할만한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동시에 협력사간 내부적 효율성과 경쟁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례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연설 중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 AP/뉴시스> |
애플은 6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공급망 관리에서 품질을 컨트롤하고 있는데 부품 공급사에 직접 자신들이 원하는 장비를 설치해 생산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애플은 공급업체에 어떤 원재료를 사용하라는 것까지 세부적으로 모니터한다.
애플은 또 협력사에 매 3개월마다 5%의 비용절감을 요구한다. 예컨대 어떤 부품의 납품가가 1분기에 10달러였다면 2분기에는 9달러50센트로 낮아진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변동하기 때문에 단가도 따라서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닐 오코너 홍콩침례대학 교수는 "직원들의 현지방문이나 제3자 기관의 평가에만 의존해서는 협력사와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내부적 경쟁 유도…협력사 10% 수익성
애플은 중국에 주요 생산기반을 두고 있는 폭스콘을 주요 조립협력업체로 두고 있다. 25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폭스콘의 경우 아이폰6 같은 신제품 출시 직전에는 100개의 생산라인에서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기도 한다.
최근 폭스콘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문제가 되자 애플은 아이폰6의 개발에 착수한 이후 폭스콘과 함께 대만 기업인 페가트론과도 조립생산 계약을 맺고 아이폰6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페가트론으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대부분의 바이어들이 샘플을 보고 계약을 결정하지만 애플은 현장 생산과정 전체를 확인한 뒤 이를 평가한다. 애플이 요구하는 품질과 가격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 계약서상에 불량률을 명기하고 기한내 납품하지 못한 경우 할인 등도 요구한다.
아이폰의 생산원가는 120~15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6를 미국에서 64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애플과의 거래에서 협력업체들은 약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쿡 CEO, 리더보다는 매니저 역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훌륭한 리더(leader)였다면 쿡은 리더라기보다는 매니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더는 통찰력과 비전, 리스크와의 승부, 혁신을 마케팅에 접목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된다. 반면 매니저에게는 상황에 맞는 논리적 사고와 대응, 소통 능력이 중요시된다.
시장을 압도하는 성공을 거뒀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에서 리더가 빠지고 나면 그의 뒤를 잇는 매니저들이 시장 평균 이상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리더라기보다는 매니저로서 쿡의 능력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쿡은 최근 자신의 성정체성을 동성연애자, 즉 '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성정체성을 밝힌 이유는 자신에게 타인에 대한 관용과 공감, 감수성 등이 있다는 점을 드러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신은 업무적 영역에서도 커뮤니케이션과 디자인, 컬트적 기질을 강조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IT기술 컨설턴트인 프라야 췌티는 "좋은 리더는 태어나지만 좋은 매니저는 만들어진다"며 "오늘날에는 리더와 매니저가 동시에 같은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