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추연숙 기자] 저유가 장기화로 주요 신흥시장인 산유국의 재정수입이 감소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저유가 혜택이 일정부분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8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저유가로 산유국 호재 사라질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수혜는 일정부문 상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점차 확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유국의 성장은 우리 경제에 기회로 작용했다. 공업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산유국은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산유국의 내구재와 자본재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에서 산유국 비중은 2000년 4%에서 2014년 7.1%로 상승했다.
특히 산유국의 건설붐은 상품 수출보다도 우리나라에 기회가 됐다. 실제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상품수출이 6배 증가하는 동안 건설수주는 24배 늘어났다.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에서 산유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1.2%에서 51.7%로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산유국으로부터의 호재가 사라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 재정수입이 감소하고 진행 중이던 투자 계획이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유가 시기 산유국 구매력 확대의 혜택을 봈던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의 내구재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우리 자동차 수출의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해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실제 과거 유가 하락 시기 산유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97년 외환위기 당시 18.7%, 2000년대 초 13.1%, 금융위기 시기에는 48.5% 감소한 바 있다.
산유국 건설투자 감소가 우리나라 건설사 부실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업체들의 수주가 유력했던 110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공장 사업의 입찰이 연기됐다. 사우리아라비아 건설수주도 지난해 70% 이상 감소했다.
최근 중동지역에서 건설업체들의 경쟁심화는 무리한 저가수주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이미 악화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내구재 부문에서 경쟁력을 향상해 저유가 시대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업체들은 중동 플랜트에 매출이 집중돼 있어 국내 업체들간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라며 "최근에는 유로화와 엔화 약세로 유럽과 일본 업체들도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도한 단순시공 분야에 뛰어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