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송주오 기자] 정부가 한화와 삼성 간의 방산업체 매매를 승인하면서, 양사의 이른바 '빅딜'에서 삼성 측 노조의 반발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한화와 삼성이 노조 반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현재 인수 대상 회사들에 대한 현장실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실사 작업 중"이라며 "재무제표 등 주로 서류상 실사를 진행하고 있고, 삼성 측 매각사 관계자들과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실사 계획도 있으나 아직 실행하진 않고 있다"면서 "삼성 측 노조가 계약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도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장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에는 삼성 측 매각사 노조의 반발 영향이 크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그리고 삼성종합화학 등 한화로 인수되는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의 노조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과는 상관없이 한화그룹의 현장실사를 기존 방침대로 원천봉쇄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한화의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에 대한 방산업체 매매신청을 승인한 바 있다.
한창길 삼성테크윈지회 수석부회장은 "처음부터 매각 4개사 대표는 실사에 대해 공동으로 저지하기로 합의했다"면서 "한화 측의 현장 출입 자체를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의 승인으로 '빅딜'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지만, 이처럼 삼성 측 노조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매각 성사의 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오히려 한화 측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삼성 측 매각사 노조는 매각 저지 의사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지난 7일 삼성 측 매각사 4곳의 노조는 대전에서 모여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이기로 했다. 그동안 삼성그룹만을 대상으로 투쟁을 벌였지만 앞으로는 정부기관도 포함시키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것.
한 부회장은 "(이번 빅딜에 대해) 정부기관의 묵시적 인정 하에 진행된 것으로 본다"며 "그런 측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도 상경투쟁을 벌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각사 노조가 이렇듯 강경한 자세를 유지함에 따라,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한화와 삼성 양사에게도 이는 적지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극단적인 경우, 노조의 반대로 매각이 무산된 사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위니아만도 매각 과정에서 KG이니시스와 현대백화점이 위니아만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가능성이 희박하겠지만,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면서 "위니아만도의 경우 등 노조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결국은 노조를 달래기 위한 위로금 등 양사의 제스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 매각사 측 한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선) 노조의 반대 분위기가 더 이상 확산되는 양상은 아닌 것 같다"며 "이번 계약이 무산될 거라 생각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고, 결국 고용 보장이나 보상 문제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측도 겉으로는 매각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한켠으로 고용이나 보상에도 관심이 없지 않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 부회장은 "위로금, 고용보장 등 매각에 대한 어떤 내용에 대해서도 논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언론에서만 고용 보장을 얘기하고 있지 어떤 합의가 이뤄졌고 이면에는 어떤 게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 측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는 분명 삼성 측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것.
한화 관계자는 "삼성에서 잘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로선 우리 직원들이 아니기 때문에 한화가 어떻게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라고 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해 12월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 직원들의 매각 반대 움직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삼성측에서 잘 해결할 것으로 본다"라고 답한 바 있다.
한화 관계자는 "삼성 측에서도 뭔가 해 보려고 하는 것 같긴 하나,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선 IB업계 관계자도 "위로금을 지급한다면, 매각사 자산으로 줘야 할 것"이라며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파는 쪽, 즉 삼성이 부담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이 위로금 등으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미국 코닝사에 전량 매각할 당시 임직원 중 300여 명을 타 계열사에 전환배치했고, 위로금도 직원 1인당 6000만원(또는 4000만원+α)을 지급한 바 있다.
다만, 한화 측에서도 이번 빅딜로 삼성의 매각사 임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나 연봉 조정 등은 없을 것임은 분명히 하고 있다. 한화와 삼성은 임직원 고용 100% 승계에 합의했다. 또한, 과거 인수 사례에서도 연봉을 조정한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과거 대한생명 인수 직후인 2003년 한화생명의 남자 직원 평균 연봉이 5000만원이었고 (주)한화의 남자 직원 평균연봉이 3700만원이었다. 10년 후 한화생명은 9000만원, (주)한화는 5700만원으로 인위적으로 복리나 임금을 조정하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송주오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