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가 “중국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며 중국 중앙은행이 행동에 나선만큼 디플레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보도를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보도는 물가와 투자 무역 등 주요 경제지표 둔화에 따라 서방 전문가들이 중국 경제 디플레이션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직접 반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신문은 경제 전문가를 인용해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로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리스크를 확대해석 하지 말고, 마음대로 디플레라는 이름 붙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또한 “향후 인프라 투자 및 내수소비∙대외투자와 함께 통화정책의 완화정도 조정을 통해 중국은 디플레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일련의 경제지표들에 비춰볼때 중국 경제사황은 실제로 서방 전문가들이 우려를 제기할 만큼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먼저 중국 세관 격인 해관총서가 발표한 중국 지난달 수출입 규모가 예상보다 저조했다. 중국의 1월 수출입 총액은 2조9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으며, 이 중 수출액은 동기 대비 3.2% 줄어든 1조2300억 위안, 수입액은 19.7% 감소한 860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수출이 전년 대비∙전월 대비 모두 감소한 와중에도 수입액이 무려 20% 가까이 급감하면서 지난달 중국 무역수지 흑자액은 사상 최대치인 600억3000만 달러를 기록, ‘불황형 흑자’를 연출했다.
이어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CPI 동기대비 상승률이 0.8%에 그쳤고, PPI는 4.3% 하락했으며, CPI와 PPI 모두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양한 경제지표 중에서도 특히 CPI 상승률이 1% 아래로 떨어진 것이 ‘디플레’ 공포를 확산시켰다. 광발증권(廣發證券) 애널리스트 펑밍(馮明)은 “CPI 지표를 볼 때 ‘디플레(通貨收縮)’에 속하고 ‘심각한 디플레(通貨緊縮)’도 근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민일보는 “함부로 인플레라고 단정짓지 말라(不要誇大經濟通縮風險)"는 대제목의 기사를 통해 주변의 ‘속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인민일보는 먼저 전문가를 인용, “물가가 최소 3-6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승했을 때야 비로소 디플레라고 정의할 수 있다”며 “최근 중국 CPI가 저성장 상태에 처해있지만 아직 디플레에 빠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센터 경제예측부 거시경제연구실 뉴리(牛犁) 주임과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한 인민일보는 “이론적으로 엄격하게 바라볼 때 디플레란 물가 하락이 지속되어 소비에 영향을 주고, 소비 부진이 다시 경제성장을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중국 물가 하락은 수급불균형, 예를 들어 유가 등 벌크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전자상거래 등 신업태 발전으로 상품 코스트가 하락한 것이 원인으로 결코 소비수요 감소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또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정보부 쉬훙차이(徐洪才) 부장의 말을 빌어 ▲이번 겨울이 따뜻해서 채소 등 식품 공급량이 충분했다는 점 ▲ 춘제(春節, 음력설)가 2월이라는 점 ▲돼지고기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둔화했으나 2월에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1월 CPI가 전월 대비로 0.3% 상승하며 물가가 안정적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민일보는 아울러 유동성 또한 디플레를 진단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즉, 최근 중국 중앙은행이 춘제 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동성 부족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장에 필요한 만큼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중앙은행이 디플레에 나서고 있고, 디플레 리스크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은 지난 5일부터 금융기관의 위안화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p 인하했다. 또 소기업 대출을 취급하는 지역 상업은행의 위안화 예금 지준율을 0.5%p 추가 인하하고, 중국농업발전은행에 대해서는 4%p 더 내리기로 했다.
중앙경제업무회의에서 통화정책의 긴축∙완화 수준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된 만큼 연내 계속해서 적정 수준의 통화량이 공급될 것이라고 인민일보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인민일보는 PPI 하락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쉬차이훙은 먼저 ▲국제 벌크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중국 국내 원자재 공업품 가격 하락 ▲전자상거래 급속 발전으로 상품 물류비용 및 가격 하락 ▲생산과잉 및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수요 부족으로 인한 가격 하락 등 4가지를 PPI 하락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중 국제 벌크상품 가격 하락은 기업의 생산코스트를 낮출 수 있고, 전자상거래 발전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소비자에게 유리하므로 오히려 ‘잘 된 일(好事)'이라고 쉬차이훙은 설명했다.
생산과잉은 구조적 문제로, 개혁심화 및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분. 그러나 이 것 역시 대외투자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나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의 약칭)’ 구상∙도시화∙인프라 등 건설이 본격화하면 경제발전을 촉진함과 동시에 과잉생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수요 부족 또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쉬차이훙에 따르면, 내수 부족은 반드시 통화정책의 완화수준 조절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쉬차이훙은 “올해 지준율 및 금리 인하가 추가로 단행되어 실물경제의 융자비용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